서울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0여명은 11일 자본ㆍ무역거래 및 금융 관련 규제의 철폐, 출구전략의 신중한 시행 등을 촉구했다.
'재계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폐막총회를 열어 G20 정상회담에 전달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컨비너(회의 주재자) 12명이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이틀간의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은 자유무역의 확대와 각종 규제의 철폐 요구가 핵심이다. CEO들은 우선 농업과 비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국제무역의 새로운 틀을 논의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내년까지 마무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취해진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무역제한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이들은 각국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유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신흥시장 투자에 관한 항목에서도 금융 보호주의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신규 은행 재정건전성(바젤Ⅲ)을 인정하면서도 무역ㆍ금융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피터 샌즈 스탠더드 차타드 그룹 CEO는 컨비너 기자회견에서 "바젤Ⅲ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등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진 만큼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보다 민간부문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의 부양책이 중단돼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출구 전략의 포커스를 정부의 지출 축소에 맞추되 세금을 인상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영호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은 "기업들이 제시한 어젠다를 신호탄으로 비즈니스 서밋이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경제포럼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성명 채택에 앞서 CEO들은 무역ㆍ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대 의제 아래 12개 워킹그룹을 구성, 소주제별 집단토론을 진행했다.
오전과 오후에 세 차례로 나눠 진행된 소주제 토론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G20 정상들이 1명씩 동석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G20 정상들은 세계 경제계의 건의와 권고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폐막총회 특별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배격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무역을 '제로섬'으로 생각하는 건 난센스이며 16년 묵은 DDA를 아직 타결하지 못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각각 오찬 초청연설과 무역ㆍ투자분과 라운드테이블에서 DDA 타결을 위한 각국 정상의 정치적 의지를 주문했다.
G20 정상회의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경상수지 목표관리제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도 있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경상수지를 목표를 정해 관리하자는 것은 경제적으로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과 재정 측면에서도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 것. CEO들도 공동성명에서 과거 10년간 지속된 경상ㆍ투자 수지의 불균형 해소를 주문했지만, 컨비너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즉답을 피했다.
오전에 열린 개막총회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연설에서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라며 "세계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 하려면 궁극적으로 기업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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