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요 국제회의 때마다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절상) 조치를 계속 단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항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1일 오전 중국외환교역센터는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624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기준환율(6.6450위안)은 물론 외환시장 종가(6.6337위안)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62위안대까지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위안화 환율은 이로써 사흘 연속 하락했다. 9일에는 환율이 0.51%나 떨어지며 하루 변동폭 제한(0.5%)을 넘기도 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고정환율제를 폐기한 2005년 7월 이후 하루 변동폭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위안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되는 와중에 10일 인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위안화 예금 지준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는 긴축조치까지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4%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으며 2년 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 내부요인뿐 아니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 동안 인민은행은 주요 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절상이 예상되는 조치를 발표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6월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달러화에 사실상 고정돼 움직이던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했고, 지난달 말 경주 재무장관 회의 직전에는 예금ㆍ대출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등 G20 회의에서 서방국의 위안화 절상 공세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3일 동안의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국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환율 논의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소재 미츠이스미모토은행의 외환 트레이딩 책임자인 오카가와 사토시는 블룸버그 통신에 “위안화가 G20 회의를 앞두고 며칠 동안 절상됐다”며 “중국은 아마도 G20 국가들에 자국 통화가 절상되도록 놔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도 상하이 소재 은행의 한 외환 트레이더의 말을 인용, “G20 회의 기간 동안은 ‘강한 위안’이 ‘약한 위안’보다 협상에서 더 큰 힘을 부여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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