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압수수색은 전격성과 의외성이 생명이다. 수사 대상자들이 예상치 못한 시점과 장소를 택해 급습을 해야 범죄 관련 자료나 증거물 확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비자금, 뇌물 등 부정부패 사건에서는 압수수색이 전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계장부, 입ㆍ출금 전표, 통장, 다이어리 수첩,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 메모지, 차량 운행 일지는 물론 각종 자료를 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산 백업 자료, 이메일 내용, 유ㆍ무선 전화통화 내역 등은 범죄의 증거물인 동시에 수사 대상자들을 추궁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 압수수색은 유도탄처럼 정밀해야 한다. 수사 범위 내에서 대상과 회수를 최소화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과도한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줄 수 있다. 동시에 검찰이 '별건 수사''압박 수사'의 유혹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집한, 수사의 본류와 상관 없는 수사 외적인 자료를 십분 활용해 범죄 혐의 자백을 유도하는 것은 과거 검찰이 즐겨 사용하던 수사 기법이다. 그로 인해 압수수색을 당한 측은 검찰이 어떤 죄목으로든 자신들을 옭아매려 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 그러나 검찰 수사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정부패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현금만 주고받는 것은 물론 현금을 잘게 쪼개 수십 차례 입ㆍ출금을 반복하며 추적을 따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뇌물을 강연료, 자문료 등의 형태로 포장하거나 해외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로 인해 증거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법원은 증거주의 잣대를 강화하는 추세다. 직접 증거가 없다면 범죄 혐의를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간접ㆍ정황 증거를 제출해야 유죄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증가는 이런 수사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
■ 검찰은 압수수색을 기소와 연결 짓는 시각에 손사래를 친다. 죄의 유무를 살펴보기 위한 수사상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의 위력과 영향은 엄청나다. 압수수색 대상 기업이나 개인은 범죄자 취급 당하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한화ㆍ태광그룹 수사, '청목회'수사에서 이뤄진 반복 압수수색, 동시다발적 압수수색 논란은 압수수색의 원칙과 기준을 더 엄격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수사 환경 악화 등 압수수색 필요성이 커진 배경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아니면 말고'식 압수수색은 막아야 할 테니 말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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