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을 쓰고 31년간 복역했다가 진범이 밝혀져 풀려난 미국의 50대가 석방된 지 한 달도 못돼 사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 자백만으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무죄로 밝혀진 경우가 1990년 이후 63건에 이른다고 한다.
11일 AP통신, 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 미시시피주의 바비 레이 딕슨은 1979년 22세 때 한 여성을 강간ㆍ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30년이 흘러 DNA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진범은 2002년 사망한 다른 수감자였다. 8월 석방된 그는 폐암 진단을 받았고 한 달이 못돼 사망했다. 그의 가족은 "살아서 무죄를 인정받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딕슨은 생전에 "피해자를 본 적도 없었는데, 경찰이 때려서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왜 무고한 사람들이 허위자백을 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버지니아 법대 브랜든 가렛 교수의 논문 결과는 놀라웠다. 고문이 없더라도 수사 받는데 지쳐 허위자백을 한 사람들도 상당수였으며, 특히 한번 허위자백을 시작하면 진범이라고 믿을 만큼 진술이 구체적이었다고 한다. 강간죄로 10년을 복역한 뒤 DNA테스트로 풀려난 에디 로웨이씨는 "끝없는 수사에 너무 지쳤었다""나 같은 바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와 같은 '바보'는 한둘이 아니라는 것.
일단 지쳐 허위자백을 한 사람들은 범죄 현장이나 범죄도구 등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을 내용까지 술술 지어낸다. 이를 토대로 증거가 없어도 배심원들에게 유죄로 인정된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자백이어도 이처럼 무고한 경우가 있다"며 "유죄 여부를 판결할 때, 자발성과 함께 얼마나 믿을만한 진술인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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