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해군 고속정이 어선과 부딪쳐 침몰한 사고는 군의 경계 부주의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11일 “어선인 106우양호의 정면 부분이 고속정295호의 뱃머리로부터 1~2㎙ 정도 뒤에 있는 침실 부위의 왼쪽 측면과 충돌했다”며 “우양호 뱃머리 밑에 있는 돌출된 부분이 고속정을 들이받아 구멍이 생겼고 바닷물이 들어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어선과 고속정이 서로 마주보고 반대 방향으로 운행한 것이 아니라 사선으로 각을 이루며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다 충돌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배의 속도와 크기다. 고속정은 제주항으로 복귀하기 위해 12노트(시속 22㎞)로, 어선도 이와 비슷한 11노트(시속 20㎞)로 운행하고 있었다. 고속정 최고속도가 37노트(시속 69㎞) 이상인 것에 비춰 보면 통상 속도에 불과하다. 또한 고속정에는 어선을 감지할 수 있는 항해 레이더가 장착돼 있고, 정장이나 부정장이 반드시 고속정 외부로 나가 견시(관측요원)와 함께 관측하도록 돼 있다. 특히 당시 시야는 3마일(5.4㎞)로 양호했고, 충돌한 고속정의 불과 500~1,000야드(457~914㎙) 후방에는 다른 고속정이 따라오고 있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레이더나 육안으로 면밀히 관측했다면 얼마든지 어선을 피할 여건이 있었기 때문에 해군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포크레인이 마주치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며 “작은 배(고속정)는 큰 배(어선)보다 변침(항로 변경) 반경이 작고 빠르기 때문에 진행 방향이 겹치면 먼저 피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군은 일단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어선이 항해등을 켜 놓지 않았다면 고속정에서 육안으로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해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고속정 인양을 검토 중이나 수심이 120㎙로 깊은 데다 파도가 높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해군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던 노가빈 일병의 사망 원인은 오른쪽 다리의 과다출혈로 확인됐다”며 “실종된 임태삼 하사와 홍창민 이병을 찾기 위해 심해구조정(DSRV) 문무대왕함 고속정 헬기 등을 총동원했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고속정 승조원 30명 중 병원에서 치료 중인 4명을 제외한 23명은 이날 부대로 복귀하거나 구조 현장에 투입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