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총선 이후 8개월 동안 끌어온 이라크 정국 혼란이 수습 단계에 들어갔다. 의회 개회를 하루 앞둔 10일 밤 이라크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유력정파 지도자 간 회의에서 법치국가연합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의 유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3월 총선에서 사실상 승리했음에도 집권 법치국가연합이 시아파 정치블록 결성해 총리 지명권을 놓쳤던 이라키야가 대표인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의 새 정부 참여를 조건으로 말리키 총리가 주도하는 정부구성에 동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법치국가연합, 이라키야, 쿠르드연맹, 이라크국민연맹 등 4개 정당이 참여하는 이라크 연합정부의 출범이 가능해졌다. 11일 알리 알 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도 "주요 정당들이 사흘간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 분권협상을 마무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NYT는 "알라위 전 총리가 의회의장직과 함께 새롭게 구성되는 국가안보위원회의 수장직을 제안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 BBC방송은 이에 대해 "이라키야는 권력분점 차원에서 의회의장은 물론 외무장관직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정파 지도자간 회의를 주도했던 쿠르드연맹도 권력분점에 참여, 현 대통령인 쿠르드계 잘랄 탈라바니의 연임 약속을 받아냈다. 다만 반미 성향의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이라크국민연맹의 경우 아직 정부 내 구체적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11일 예정된 의회(총선 이후 두 번째 개회)에서 최종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정당간 합의에 대한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이와 관련 "새 정부 구성의 세밀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어 실제 정부 출범에는 수주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치권의 정부 구성 합의 소식에 미국은 "큰 진전을 이뤄냈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앤서니 블링큰 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최선의 문제 해결 방법인 모두가 참여하는 정부 구성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한편 1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선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연쇄폭탄 테러가 발생, 치안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국방부 관리는 "기독교인 밀집지역에서 수니파 반군의 폭탄 공격이 발생, 최소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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