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가 중 유일한 20대로 가장 나이가 어린 김사과(26)씨는 서서히 한국문학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1980년대생 작가군 중 단연 문제적인 작가다.(참고로 한국일보문학상 최연소 수상 작가는 2005년 수상자인 김애란씨로 1980년생이다) 대개의 작가들이 등단 이후 단편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소설집을 펴내면서 문학적 개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는 데 반해, 김씨는 (2007) (2009) 등 두 편의 장편소설부터, 그것도 연재 없이 전작으로 잇따라 발표했다.
거침없는 창작 행보만큼이나 김씨를 문제적이게 하는 것은 감정과 충동을 절대로 안으로 삭이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 내뿜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이다.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단짝 친구 미나를 살해하는 여고생 수정(), 최소한의 생계도 내팽개치고 옥탑방에서 사랑에 탐닉하는 두 남녀() 등 김씨의 소설 속엔 가히 ‘정념의 화신’이라 부를 만한 10대, 20대 인물들이 그 어떤 윤리나 금기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질주한다.
문학평론가 양윤의씨는 “2000년대 김사과의 출현은 단순히 그가 한국문학에 있어 희소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념의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씨는 “김사과가 창조한 인물들의 질주를 스타일로 읽어낸 이들은 ‘혁명’이라 칭송하고, 극단적 일탈로 독해하는 이들은 ‘테러’라고 거부한다”며 김씨의 소설이 지닌 논쟁적 지점을 짚었다.
김씨가 올해 초 발표한 긴 제목의 단편소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는 느닷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아무 원한도 없는 이들을 잇따라 살해하는 엘리트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전 소설과 맥을 같이 한다.
별다를 것 없던 오후 회의 도중 주인공은 동료 여사원을 향해 격렬한 살인 충동을 느낀다. 그녀를 발가벗겨 커다란 선인장으로 온몸을 구타한 뒤 엉덩이뼈를 뽑아 그녀의 안경에 쑤셔넣고 싶다는. 스스로도 “도대체 이 모든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라고 자문할 만큼 불가해한 격정에 사로잡혀 회의에서 무단 이탈한 그는 평소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아가 주인 할머니와 중학생 손님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리고는 일 년 만에 가족들을 찾아가 살인을 고백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부모마저 차례로 죽이며 절규한다. “난 빛이 두려워요! 나를 어둠 속에서 꺼내지 말지 그러셨어요!”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땐 주인공의 살인 행각에 어안이 막혔다가 거듭 읽을수록 그를 사로잡았던 분노의 연원이 점차 명확히 느껴진다. 그것은 ‘공포’로 요약된다. 주인공은 그에게 최초로 살의를 느끼게 하는 여사원의 눈에서 공포를 발견하고, 그것과 똑같은 것이 자신의 눈을 채우고 있다고 느낀다. “살아오면서 어떤 특별한, 혹은 다른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모두가 똑같은 눈을 갖고 있었다. 겁에 질려 마비된 동물의 눈. 그게 내가 언제나 보는 것이다.” 도심 복판의 직장에 다니며 번듯한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의 눈이 온갖 포식자에 둘러싸여 목숨을 부지하는 데 골몰하는 동물의 눈과 같다는 인상적인 비유를 통해, 작가 김씨는 이 사회가 적나라한 생존경쟁만이 존재하는 야생과 다름없음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1984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졸업 ▦2005년 단편소설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 당선 ▦장편소설 (2007), (2009)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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