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주요 기업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 120여명이 참가하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이 10일 시작된 가운데 구본무 LG 회장이 고바야시 에이조(小林榮三) 이토추 상사 회장과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비롯한 폭 넓은 대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G20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 및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고바야시 회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간 중심 경영 등에 대해 논의했다.
1858년 창립된 이토추 상사는 연간 거래 규모가 삼성전자 매출보다 많은 10조엔을 넘는 일본의 초대형 종합 상사다. 특히 대기업으로서 축적한 정보와 거래처 네트워크 등을 중소 협력업체에게 제공, ‘일본식 상생 협력의 모범생’으로 불린다. 고바야시 회장도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2010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이익은 사회에 공헌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강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장수 기업들은 모두 본업에 충실하며, 환경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인재를 매우 중시했다는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날 구 회장과 고바야시 회장의 만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재 경영 등에 관한 한ㆍ일 경제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점검하며 서로의 교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구 회장도 평소 이 부분에 대한 경영관이 남다르다. 그는 최근 “LG는 협력회사들이 가장 믿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협력사가 튼튼한 사업 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도 “상황이 어렵다고 사람을 함부로 쫓아내선 안 된다”며 인간 중심 경영론을 편 바 있다.
LG가 이날 국내 임직원 수가 연말까지 11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구 회장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말 국내 임직원 수가 10만9,000명을 넘어선 LG는 연말까지 1,000여명을 추가 채용한다. LG의 국내 임직원 수는 2007년 8만4,000명에서 2008년 8만9,000명, 지난해엔 9만8,000여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이처럼 LG의 고용이 꾸준히 증가한 데에는 다른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실시할 때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등을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고용을 늘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스마트폰, 스마트TV, 3차원(3D)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대폭 확충한 것도 한 몫 했다. 실제로 올해 신규 채용 인원 중 차세대 사업의 연구개발 업무 등을 수행하는 사무ㆍ기술직 인력이 8,300명, 새로 세워졌거나 증설된 생산시설에서 일하는 기능직 인력이 6,700명이나 됐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고바야시 회장과 만난 것외에도 최태원 SK 회장이 12일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과 면담을 갖는 등 재계 총수들과 서울을 찾은 글로벌 CEO 사이의 물밑 교섭과 만남이 줄을 잇고 있다”며 “총수간 비밀 회동 등 비즈니스 서밋의 막후전도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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