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애초부터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이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입증되면 뇌물사건으로 보고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수사 방향이 정치자금법 위반에서 뇌물 혐의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권경석(한나라당) 의원은 7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청경 후원금 사건 경위 요약'이라는 해명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해 11월 12,18일 이틀간 청원경찰들이 배우자 등 100명의 명의로 각 10만원씩 후원금을 입금한 사실을 회계 직원에게 보고받고 즉시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메일에 첨부한 파일에는 즉시 반환을 이유로 '부인 명의로 후원하더라도 신분 위장이며, 특히 현재 청원경찰 관련 법률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어 대가성이 농후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곧 권 의원이 당시에 후원금의 대가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돈은 최근까지 반환되지 않았다. 세무사 42명에게 420만원을 받은 뒤 12일만에 돌려준 것과 비교된다. 권 의원 측은 지난달 말 청목회 간부가 구속되자 의원실 사무국장이 다시 확인해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이미 굳어졌다. 정치자금법상 불법자금을 받았을 경우 30일 이내에 돌려주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최규식(민주당) 의원의 해명도 석연찮다. 최 의원은 지난해 7월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원경찰이 후원금을 납부할 수 있는지 문의해 '정치자금법상 제한규정이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이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입법과정에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대해 밝히지 않아 일반적인 후원금에 대한 답변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최근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청목회'라고 쓰인 후원금 기부자 관리 명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정치권에서 10만원 등 소액으로 입금된 후원금은 이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이 장부는 권 의원의 해명자료 등과 함께 검찰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입법 로비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도 상당한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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