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명의도용 또는 차명 휴대전화)을 사용한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이 검찰의 추가수사를 요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야권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압박에 나선데다가 당 지도부 내에서도 재수사 언급이 잇따르자 재수사가 아닌 미진한 부분을 더 수사하는 '추가수사'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9일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고위원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 당직자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이번 수사는 기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재수사가 아니라 추가수사라고 해야 맞다"며 "실제로 추가 수사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재수사라는 용어는 마치 수사가 잘못됐기 때문에 다시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대포폰 사용 등 새로운 의혹에 대해 수사한다는 점에서 추가수사 개념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도 최근 "수사의 필요성이 판단되면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차명폰을 대포폰이라고 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재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안 대표의 측근은 "안 대표는 검찰의 재수사와 관련해 사태 추이를 치켜보며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며 "분위기는 6대 4 정도로 추가수사 촉구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홍준표 나경원 서병수 정두언 최고위원이 연일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민간인 사찰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여권 전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권의 공세에 적극 대처하지 못할 경우 4대강 예산 등 쟁점 현안 힘겨루기에서 밀리고 국정 주도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가수사'는 사실상 청와대를 겨냥하는 것이어서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추가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한다면 법적 안전성을 해치고 국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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