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 선양(瀋陽)에서 왔다는 양차우(38)씨는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편의점 몇 군데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가 손에 든 쇼핑백은 대부분 인근 백화점에서 산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하지만 양차우씨는 "내일 떠나는데 살 게 아직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가 명동에서 주로 살 것은 비누, 샴푸 등 간단한 생활 용품. 혼자 왔냐는 질문에 그는 "친구가 아직 백화점에 있는 면세점에 있다. 그 친구는 시계만 세 개를 샀다"며 "나처럼 쇼핑 때문에 혼자 오거나 두 세 명씩 소규모로 오는 중국인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필수 관광 명소'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단체 깃발을 따라 비슷한 옷을 입고 줄 지어 거리를 누비던 과거와는 천양지차. 서너 명 이하의 소규모로 백화점 명품 코너에 들러 고가의 상품을 여럿 구매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생활 용품을 무더기로 사는 모습이 눈에 쉽게 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개별 관광객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설문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보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명품 코너''공항 근처 대형 마트' 등은 중국 관광객이 반드시 간다는 '필수 코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장치아량(50)씨는 "단체로 오면 가이드 안내를 받는 장점은 있지만 마음대로 쇼핑을 할 수가 없어 한 번 한국에 와 본 사람은 다음엔 대부분 혼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이면에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중국인 비자제도 개선안'이 자리잡고 있다. 일정 요건이 되면 신분증만으로도 비자가 발급되는 등 절차와 요건이 대폭 완화돼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폭증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에 비해 한국 내 관광 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명동 등 서울 중심 지역의 숙박시설 부족은 심각한 수준.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서울을 보러 오는 관광객 숙소를 지방으로 잡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부 등에 따르면 11월 현재 서울지역 관광호텔 객실 이용률은 90% 이상으로 연말까지 예약이 대부분 완료돼 숙박난(亂)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G20정상회의까지 겹쳐 숙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최근 문화부의 숙박시설 확충 계획이 발표됐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인근의 폐교 등을 이용한 숙박 시설 확충 등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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