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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형 전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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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형 전투복

입력
2010.11.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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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양을 막론하고 원래 군복은 돋보이게 입는 옷이었다. 다른 집단과 구분해 우월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고, 전투에서는 상대에게 힘을 과시하고 위압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원시부족 전사들이 온 몸을 형형색색 물감으로 칠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 절대왕정시대 적ㆍ청색 바탕감에 흰 장식 술, 금색 단추 등이 달린 프랑스군복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수들은 위엄있는 투구, 갑주와 비단전포에 오색띠 장식등을 둘렀다. 다만 나라살림이 가난해 병졸에겐 최소한의 부대구분 표시 외엔 펄럭이는 평복의 소매나 줄여 입게 했지만.

■ 이런 군복은 함성과 함께 돌진해 접전하는 전투방식에나 쓸모가 있었다. 하지만 숨거나 엎드려 쏠 수 있게 될 정도로 총이 발달하면서 노출은 곧 표적을 의미하게 됐다. 그렇게 위장개념이 처음 도입된 1900년 전후 보어전쟁에서의 군복은 남아프리카의 흙을 닮은 황토색이었다. 이후 흙과 풀 색깔을 섞은 카키 군복이 일반화됐다. 얼룩무늬 위장군복이 등장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였다. 독일군의 아이디어를 미 해병대가 먼저 차용했다. 이후 한국해병대도 도입해 1991년 전 군에 확대 보급될 때까지 얼룩무늬 전투복은 오랫동안 해병대의 상징이 됐다.

■ 국방부는 새로 개발한 군복무늬를 특허출원, 민간에서의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4색으로 구성된 현재의 얼룩무늬는 여름 수풀에서만 위장효과가 있는 데 비해 신형은 흙, 풀, 나무줄기, 목탄, 침엽수 등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아우르는 다섯 색을 디지털 화강암 무늬로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계절, 어떤 환경에서도 위장효과가 크고 적외선 탐지장치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군이 처음 적용한 디지털무늬 전투복으로의 교체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미 시험착용을 시작한 우리 군의 새 전투복은 내년 여름부터 전군에 보급된다.

■ 앞으로 전투복은 주변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식 위장재질에 항균, 방탄, 보온기능까지 갖추게 된다. 국방부가 제시한 2020년의 한국병사 모습은 거의 로보캅 수준이다. 마음 든든하지만 전투복 이외의 병사 제복 디자인과 질에 무심한 것은 아쉽다. 패션 역사상 기능과 멋이 최고의 조화를 이룬 옷으로 평가 받는 나치제복은 디자이너 휴고 보스의 '작품'이다. 군복의 핵심기능 중 하나는 여전히 당당한 자부심의 표현일진대, 거리에서 후줄근하고 초라해 보이는 병사들의 모습은 안쓰럽다. 젊은 병사들에게 멋은 사기의 중요한 요소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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