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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당 1400弗 찍었다, 금값 하이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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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당 1400弗 찍었다, 금값 하이킥 왜?

입력
2010.11.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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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이 수상하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각에선 환율 전쟁을 피하기 위해 금본위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금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귀금속을 넘어, 투자자산이자 세계경제시스템의 새로운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금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1.왜 오르나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지난 주말보다 5.5달러(0.4%) 오른 온스당 1,403.20달러로 마감했다. 사상 처음 1,40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금값은 온스당 200달러선.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1,000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1,50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값이 폭등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에 있다. 양적완화란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달러화를 찍어내 돈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니 원자재 등 실물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준이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한 3일 이후 금값은 5%, 은값은 13%나 뛰었다. 당분간 미국이 양적완화를 철회하거나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금값도 계속 오를 것이 틀림없다. 로이터통신은 한 싱가포르 트레이더의 말을 인용, “미국이 시장에 유동성을 퍼붓고 있으니 금속자산은 계속 값어치가 올라갈 것이다. 3개월안에 온스당 1,475달러, 많게는 1,5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6개월 내에 금값이 1,5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2.금본위제 가능할까.

이날 금값이 1,400달러를 돌파한 데에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IBRD)총재의 ‘금본위제’ 발언도 한몫을 했다. 졸릭 총재는 7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글로벌 환율갈등의 해결책으로 주요 20개국(G20)이 브레튼우즈 체제를 기본으로 한 변형된 금본위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4년 설립된 브레튼우즈 체제는 당시 금 보유량이 많아 금 태환이 가능했던 미국이 달러화를 금값에 일정 비율(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하고,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은 금 대신 달러화를 보유하면서 자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해 유지시키는 고정환율제였다. 환율 변동폭은 1% 이내로 제한됐고, 경상수지 등에 커다란 불균형이 생기지 않는 한 환율은 고정됐다.

졸릭 총재는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변동환율시스템을 보완할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통화시스템을 재편하고, 금을 향후 통화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를 가늠할 국제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달러를 금 태환을 보장하는 유일한 기축통화로 삼았다면, 졸릭 총재의 제안은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주요 통화를 복수의 기축통화로 삼는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다. 환율을 금에 묶어 놓는 만큼, 국가간 환율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졸릭 총재의 제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은 “금값 자체의 변동성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금을 근거로 삼기에는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3. 우리나라도 금을 가져야 할까.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데도 한국은행은 금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14.4톤으로 6년간 같은 양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중은 0.2%로 세계 56위권이다. 반면 대만은 400톤 이상의 금을 갖고 있고 필리핀과 싱가포르도 100톤이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인도 등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금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금보유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도 “금을 사야 한다”고 한은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은은 꿈쩍도 않고 있다. 한은의 공식 입장은 “금은 이자를 주는 채권과 달리 무수익자산이고 금값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 한은 관계자는 “금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꾼다면 급락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언젠가는 미국도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버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 금값이 폭락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기가 어려워서’ 못 산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매월 외환보유액을 공개하는데, 금을 사기 시작하면 바로 국제 금값과 (금을 사기 위해 팔아야 하는) 미 국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사기엔 너무 올라서 못 사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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