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의 도서 1,205책을 한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른 약탈 문화재 환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일 외교당국이 합의한 도서반환 협정에 따르면 인도 범위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담화에서 밝힌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된 문화재‘로 한정됐다.
강제 병합 전에 일본이 약탈한 문화재는 인도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도서반환 협상 과정에서도 철저히 이런 기준을 고집하고 관철시켰다.
또 일본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1965년 한일협정 사례를 들며 ‘반환’이 아니라 ‘인도’라는 표현을 끝까지 주장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일본이 약탈한 것이므로 실제 소유권은 한국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반환’이 되지만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인도’란 표현을 고집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향후 약탈 문화재 환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일본 오쿠라슈고칸 뒤편에 있는 이천향교 5층석탑 반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 석탑을 보유하고 있는 오쿠라 재단이 반환할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 정부가 협상을 통해 돌려받는 절차가 필요해 실제 환수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와 조율 중인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일본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 모양새로 인해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경우 우리측이 그간 절충안으로 내세운 ‘영구 대여’를 고집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도 3~5년 단위로 다시 연장하는 ‘갱신 대여’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대학생 의정모니터단과의 대화에서 도서 반환 문제와 관련 “식민지 때 강탈해간 것들을 돌려주는데 ‘인도’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준 게 아닌 만큼 (일본은) ‘정말로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반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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