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설움을 가중시켜 온 전세난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가을 이사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되면서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공급물량 감소와 전세에 대한 당국의 과세 강화가 맞물리면서 내년 전셋값이 올해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등 내년 전세공급 물량은 올해보다 37%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관계자는 “내년 전국 입주 아파트 물량은 총 18만8,727가구로 올해(30만401가구)보다 37%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10년간 연 평균 입주 물량(31만3,949가구)보다 40% 가량 낮은 수준. 또 전국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수도권 입주 물량도 10만8,343구로, 올해(17만1,153가구)보다 4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추산하는 연간 주택 소요량이 아파트와 단독, 연립주택 등을 포함해 43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 수요를 오피스텔과 연립주택이 흡수하더라도 내년에도 전세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내년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분양가 상한제와 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보금자리 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된 것 역시도 한 몫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입주물량 감소로 내년 전셋값이 평균 3~4% 오르고, 국지적으로는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재조정에 나서면서 올해 주택공급이 부진했고 보금자리주택도 2012년말 이후에나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입주물량 감소는 향후 1,2년간 주택시장에 미칠 악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직접적 요인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정부 조세정책도 전셋값 강세 현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은행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전세 보증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익률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정부가 3억원(전세보증금 총액) 이상 전세에 대해서도 임대소득세를 부과키로 한 것도 전세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같은 준주택의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주택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도시형 생활주택 규모가 현재 150가구에서 300가구로 완화되면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의 도심 내 소형주택 공급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주택 구매수요도 감소한 상황이어서 매매나 전세 가격이 내년에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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