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과 G19의 대결?’
미국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경주 회의 때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에서 미국의 우군이 우세해 보였지만,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선진국까지 미국을 향해 비판 공세를 퍼붓고 있는 실정. 이번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국과 나머지 19개국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G20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공동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분석 기사를 통해“미국이 (경주에서의) 공동 합의를 깬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G19(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대 G1(미국)’이라는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양적 완화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 중국, 독일, 브라질 등은 물론이고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도 미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크리스틴 리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2차 양적 완화는 필연적으로 유로화 가치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몰아 붙였고,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은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자국 문제를 해결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아예 맞불 대응에 나설 태세. 이번 주부터 5조엔을 동원해 국채 등을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궁지에 몰린 미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공세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연준은 물가를 비롯한 명목 지표들을 안정시키는데 책임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너무 높게 해서도 너무 낮게 해서도 안 된다”며 “미국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할 때 달러화를 위한 최상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방어 논리를 펴는 데 진땀을 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의 유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정 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중국이 반대하는 경상수지 목표치 설정에서 한 걸음 후퇴하면서 중국 고위 당국자가 잇따라 유화 제스쳐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 G20 정상회의 전망이 이전보다 밝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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