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회의부터 정상회의까지 서울에서 주어진 시간은 닷새. 역사에 남을 높은 수준의 합의문을 이끌어 내기 위한 20개 국가들의 밀고 당기기 협상이 시작됐다. 전초전의 성격이었던 경주 회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덕에 서울 회의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라는 악재가 불거진 상황. ‘서울 선언’의 막판 쟁점을 짚어봤다.
경상수지 및 환율
만약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만 없었다면, 경주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됐을 터. 하지만 이제 경주 선언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선언적인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
한 두 가닥 기대감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선언에 경상수지 수치 목표(GDP의 4% 이내)를 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현재로선 ‘경상수지 적자국은 국내 저축을 늘리고 재정건전화를 추진해야 하며 흑자국은 대외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의 합의 문구를 뛰어넘을 수 있을 지를 두고 막판 공방이 예상된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시장 결정적 환율 제도 이행’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 등의 경주 합의 수준을 유지할 전망. 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선진국들은 자국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해 경계한다’는 문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이니셔티브 및 액션플랜
개발 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의장국인 한국이 주도해 온 의제.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의제다. G20 체제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비회원국들의 빈곤감소 등 개발을 지원하자는 것(개발 이슈),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신흥국들의 도미노 식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다. 경주 선언문에 두 의제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담은 문구가 명시된 만큼,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은 절반 이상 보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남은 관건은 얼마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느냐다. 개발 이슈와 관련해서는 ▦인프라 ▦인적자원 개발 ▦식량안보 ▦금융소외계층 포용 등 9개 분야에 대해 다년간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관련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 강화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행동계획이 담기지 못한다면, 자칫 ‘선언을 위한 선언’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이번 서울 선언의 또 하나의 성과물이 될 것이 국가별 액션 플랜. 경주에서는 그룹별로 정책 목표가 제시된 반면, 서울에서는 국가별로 재정, 통화, 금융, 구조개혁 등 중기 정책방향이 제시된다. 세부 내용이 G20 공동목표에 부합하는지가 막판 다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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