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가 8일 재무차관 회의를 시작으로 사실상 막이 올랐다. G20의 의사결정이 차관회의→장관회의→정상회의의 순서를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내내 G20 회의가 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8일 밤 시작된 차관회의와 9일 시작되는 셰르파(사전교섭대표) 회의는 무대에 오를 주연배우(정상)들을 위한 최종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지는 자리다. 주연배우의 몇 가지 애드립(정상 간 협의)을 제외한 모든 설정이 사실상 여기서 결판 나게 된다. 지난달 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주도해 작성된 서울회의 공동선언문 초안은 이미 각국에 배포된 상태. 이 초안을 기초로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언문을 수정하는 최종 조율 작업이 차관회의에서 진행된다.
차관회의ㆍ셰르파 회의는 공식적으로 10일까지 열리는데, 회의 종료 시간이나 휴식 일정이 따로 잡히지는 않아 밤샘 마라톤 회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지난 6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무회의를 하다가 밤에 멱살잡이까지 갈 뻔한 적도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고요한 수면 위 상황과 달리 실무회의에서는 매우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울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회원국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경상수지 수치목표에 대한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예시적 가이드라인’이라는 표현 수위를 얼마만큼 더 높힐지, ‘국내총생산(GDP)의 ±4%’라는 식으로 특정 수치를 명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0일 개막되는 비즈니스 서밋(B20)의 결과도 서울 선언문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된다. 11일 B20이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는 이날 오후에 G20 정상회의로 전달된다.
11일은 G20 회의의 메인이벤트가 펼쳐지는 날이다. 이날부터는 ‘장기 협상 레이스’의 최종 주자인 각국 정상들이 직접 바통을 이어받는다. 오후 6시 공식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7~9시 사이 회의와 식사를 겸한 업무만찬이 이어지는데, 이 업무만찬에서 환율 문제를 포함한 ‘세계경제 및 G20 프레임워크’ 문제가 논의된다.
여타 정상회의가 정상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친교를 다지는 것과 달리, G20 정상회의는 철저히 실무 중심 회의. 정상들은 만찬장에서도 재무차관ㆍ장관들의 합의사항을 확인하고, 실무진이 합의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 직접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밤에는 별도의 방에서 정상회의 장면을 지켜본 재무차관들과 셰르파들이 정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선언문 완성 작업에 들어간다. 12일 새벽까지 재무차관 및 실무진들의 밤샘 협상이 이어지게 된다.
회의 마지막 날인 12일에도 정상들은 오전회의(오전 9시~낮 12시 30분), 업무오찬(~오후 2시), 오후 회의(~3시 20분) 등 쉴 틈 없이 회의를 이어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주요 의제는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금융안전망, 개발 의제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 막판 합의되는 사안이 있을 경우 선언문 문구가 도중에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오후 4시. 역사가 ‘서울 선언’으로 기억하게 될 코뮈니케(공동 선언문) 발표가 G20 정상회의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코뮈니케의 내용과 의의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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