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화에서 데뷔한 김태균(28ㆍ지바 롯데)은 한 번도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신인왕도 받아봤고, 홈런왕에 골든글러브도 끼어 봤지만 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태균은 3년 총액 7억엔(약 90억원)의 조건으로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바 롯데는 이승엽(요미우리)이 활약하던 2005년 일본시리즈 패권을 차지했지만, 정상에서 멀어졌다. 지난해에도 지바 롯데는 리그 6개 팀 중 5위에 그쳤다.
김태균이 일본 진출 첫해에 우승컵을 보듬었다. 한국선수 중 입단 첫해 우승은 2007년 주니치 이병규(LG)에 이어 김태균이 두 번째다. 또 한국인 선수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건 장훈-이승엽-이병규에 이어 사상 네 번째다. 김태균의 일본시리즈 성적은 6경기 연속 안타를 포함해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에 2타점, 마지막 7차전 성적은 4타수 1안타 1몸에 맞는 볼 1타점.
지바 롯데는 7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일본시리즈(7전 4선승제) 7차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8-7 재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1무2패로 5년 만이자, 1949년 창단 후 4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바 롯데의 우승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정규시즌에서 3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지바 롯데는 2위 세이부를 2승 무패, 1위 소프트뱅크를 4승3패로 물리치고 일본시리즈에 올랐다. 특히 클라이맥스 시리즈 제2스테이지는 정규시즌 1위팀이 1승의 어드밴티지를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하위팀이 이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3위팀이 정상에 오른 건 지바 롯데가 처음이다.
지바 롯데는 한 수 위로 평가되던 주니치를 맞아 1, 3, 5차전에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 6차전에서는 연장 15회 끝에 2-2로 비겼다. 지바 롯데는 7차전에서도 초반 2-6 열세를 극복하고 전세를 뒤집은 데 이어 연장 혈투 끝에 역전승을 일구는 뚝심을 과시했다.
그리고 역전승의 중심에는 지바 롯데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김태균이 있었다.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균은 1회와 4회에는 내야땅볼로 물러났지만 4-6으로 추격한 5회 2사 1ㆍ3루에서 몸에 맞는 볼을 얻었다. 지바 롯데는 계속된 찬스에서 7번 사도자키 도모야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다.
김태균은 6-6으로 맞선 7회 2사 3루에서 중전안타로 이마에 도시아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태균은 9회 5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투수 고바야시 히로유키로 교체됐다. 지바 롯데는 9회 말 동점을 허용했으나 연장 12회 오카다 요시후미의 결승타로 5시간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태균은 경기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7회 적시타를 친 상황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가려고 했다. 어쨌든 배트에 공을 맞히려고 노력했는데 최고의 결과가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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