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해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침내 이번 주 열린다. 경찰은 지난 주말부터 갑호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서울회의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각인시키는데 좋은 기회라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다수 국민이 일상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도 G20 회의의 의미와 효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해서 억지로 강요하거나 함부로 불편을 주어서는 안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웬만한 국제 행사나 국빈 방문 때마다 일방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통제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 모습은 미처 청산하지 못한 후진성을 노출, 도리어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일부 외국 언론에는 이미 G20 준비 과잉을 조롱하는 기사가 등장한 판이다.
우리는 일찍이 이런 점을 우려해 경호ㆍ경비를 포함한 G20 준비에 무리수를 두는 일이 없도록 거듭 당부했다.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울 국제민중회의가 돌연 취소됐다가 번복된 일은 경위가 어찌됐든 부끄러운 일이다. G20회의 때마다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는 국제 민간행사가 열리고 있고, 행사예정 장소도 G20 회의장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 구내였다. 정부 개입을 의심 받기 마련인 경직된 대처는 스스로 수준을 낮추는 잘못이다.
어느 선진국에도 있는 노숙자들을 우범자처럼 격리하고, 공무원들을 거리청소에 내모는 일 따위도 마찬가지다. 서울 일부지역 구청에서 G20 정상들이 지나는 길에 악취가 풍길 것을 걱정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제한한 것도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가 G20 회의 당일 차량 2부제 운행을 강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을 우습게 만드는 행태들이다.
G20 행사를 통해 세계에 보여줘야 할 것은 다양성과 자율에 기초한 성숙한 민주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그 것이 완벽한 안전대책이나 빈틈없는 대회 준비에 못지않게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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