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연일 ‘부자감세 철회’ 논란으로 뜨겁다. 골자는 2012년부터 내리기로 한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예정대로 내리느냐, 아니면 원래대로 유지하느냐다.
야당은 이들 세금 인하의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만 집중된다는 이른바 ‘부자감세’론을 내세워 예정된 감세 일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본래 감세가 오히려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제를 살리고 결국에는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며 예정대로 인하할 것을 주장해왔다.
소득세에 대해서는 최근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재고하자’는 이견이 일고 있지만 법인세만큼은 여ㆍ야의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주에는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들도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라며 예정대로 인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법인세 인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공약에 따라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8년 정부는 법인세 과표 기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과표 2억원 이하의 ‘낮은 세율’은 당시 13%에서 2008년(귀속분 기준) 11%, 2010년 1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2억원 초과는 당시 세율 25%였던 것을 마찬가지로 2008년(귀속분 기준) 22%, 2010년부터 20%로 인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2008년 국회에서 낮은 세율은 원안대로 통과된 데 반해, 높은 세율은 첫 번째 감세 시기를 1년 늦춘 2009년(귀속분 기준)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어 작년 국회에서는 높은 세율에 대해서만 추가 인하 시기가 2012년으로 2년 늦춰진 상태다.
민주당 등 야당은 최근 2012년부터 적용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감세 철회’를 외치고 있다. 때마침 여당 내부에서도 이를 다시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소장파를 중심으로 일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감세,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법인세 인하 찬성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 투자의 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의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일부 감세 반대론자들은 유보된 법인세의 높은 세율 인하가 대기업에만 혜택이 가는 이른바 ‘부자 감세’이므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법인세란 기업의 회계상 이윤에 붙는 세금이다.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법인의 세후 소득(이윤)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된 이윤은 투자로 전환되든지, 사내유보로 비축되든지,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된다. 이 때 주주들의 배당소득은 물론 증가하지만 그에 따라 소득세 부담도 증가한다.
따라서 법인세 감세는 ‘부자’들에게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진정 부자를 위한 감세라면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던 김대중 정부(2002년), 노무현 정부(2005년) 시절에 왜 두 차례나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했었는지 되묻고 싶다.
더구나 조세의 전가(轉嫁) 분석에 의하면 법인의 세부담 감소는 주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게 된다. 즉 대기업의 세후 이윤이 증가했을 때 기업의 소유주들이 그 증가분을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고용된 종업원들에게도 임금인상을 통해 혜택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법인세 감세 반대론자들은 감세의 투자증가 효과가 매우 미흡하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최근 국내 연구에 의하면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에 의해 투자가 4조~5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3%포인트 인하시 국내총생산(GDP)을 0.48~0.59%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법인세의 감세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차가 있다. 실제 2009년도에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투자가 부진하였으나 올해 들어 투자는 급격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높으니 낮출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각종 공제를 제외한 실효세율을 비교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으며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할 쪽은 우리나라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진국들도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춰가는 추세라는 점을 살펴볼 때 이 주장의 설득력도 떨어진다.
감세를 철회하자는 주장의 마지막 근거는 세수확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히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당장 세수감소가 발생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율인하에 따른 투자의 증대, 경기의 활성화에 따라 세수가 도로 증가하게 되어 있다. 이는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세수가 증대한 과거 통계를 살펴봐도 입증이 되며, 바로 이 때문에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위기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적자를 하루 빨리 균형기조로 회복시키기 위해 감세를 유보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사실 그 이유로 현재 감세를 2년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수가 그렇게까지 걱정이 된다면 내년도 세수상황을 봐가면서 그 때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경기회복과 함께 올해도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법인세 감세는 지금 철회라는 카드를 꺼낼 때가 아니다. 세율은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는 것이지만 추진되던 세율인하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절박하고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정책이 우왕좌왕하게 되면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주고 경제의 발전에는 해로움만 끼치게 된다.
유일호 한나라당 국회의원
■ 법인세 인하 반대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400조4,000억원.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만에 101조2,000억원(33.8%)이 늘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비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국가재정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임기중 세금을 21조3,000억원 줄이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감세액의 40%는 법인세 인하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세금을 낮추면 과연 경기가 되살아날까.
감세정책은 국가가 적정 세율을 초과해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경우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인데, 문제는 적정 세율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고 우리나라처럼 세금을 낮게 매기는 국가에서는 감세 효과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감세는 대부분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는 법인세 감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규모가 작은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업체당 감면효과가 100만원도 되지 않는데 일부 재벌 대기업의 경우 업체당 평균 123억원의 감면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체의 0.1%도 안 되는 상위 260개 기업이 법인세 감면총액의 56%(3조2,035억원)를 독식하고, 상위 0.3%인 1,200여개 기업이 70%(4조411억원)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세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국가별 소득세율은 2005년 현재 일본 37%, 중국 45%, OECD 평균 37.3%에 이르며, 법인세율도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를 합하면 일본과 중국은 30%, OECD 평균은 26.7%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의 각종 소득공제 및 조세감면 혜택을 감안한 유효세율은 2005년 현재 평균 14.6%이며, 특히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13.7%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전체 기업 평균보다 오히려 낮은데 이는 소득과 세금 부담에 비해 3배나 높은 법인세 감면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이익유보율(사내유보와 순이익 간 비율)이 평균 3,0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고 충분한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난센스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저서 (국내에 으로 번역)에서 미국 경제 하락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부시 정부 시절의 ‘부자 감세’를 들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투자 증가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았지만, 이들이 한 행위는 결국 투기였고 그 결과 주택시장이 ‘카지노’ 판으로 변질돼 거품이 터졌다는 것이다.
‘개혁적 중도 보수’라는 한나라당이 목매고 있는 부자 감세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서민들의 희생 위에 추진하는 ‘부자 퍼주기’다. 좋은 것은 부자들에게 나눠주고, 책임과 부담은 서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못된 짓’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 하반기 전기,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을 인상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8,743억원 늘었고, 정부는 요금 인상에 따라 한전ㆍ가스공사에서 부가가치세 759억원, 법인세 658억원을 더 걷을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정부가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만회하기 위해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간접세 성격의 공공요금을 인상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부자감세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종걸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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