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지역사무실에 대해 일제히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여야 정치권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해당 의원들과 야당은 “국회에 대한 전쟁 선포” “국회를 무시한 검찰권 남용”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검찰 수사를 성토했다.
정치권은 우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은 사안인데도 검찰이 압수수색이란 강제 수사기법을 동원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이뤄지는 동안 압수수색이 단행된 점에 대해서도 격앙하고 있다. 야권은 “청원경찰법 개정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정당한 입법활동이었는데 검찰 수사는 마치 거대한 부정부패 사건을 다루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치 말살’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손 대표는 “제가 이 순간 뭐가 생각나는 줄 아느냐”면서 “1979년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당시 야당 총재인 김영삼을 국회에서 제명했다. 그리고 유신정권이 망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치자금은 후원회 계좌에 들어있고 선관위에 신고돼 있으며 영수증도 발급돼 있다”면서 압수수색은 검찰권 남용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영부인 로비 몸통’ 발언으로 여권의 집중공격 대상이 된 강기정 의원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검찰의 폭거”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강 의원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검찰의 국회 탄압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8일 오전 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야권공조도 모색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역시 검찰의 ‘기습’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부와 각을 세우기 힘든 ‘여당’이라 수위 조절을 하는 분위기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심각한 명예 훼손’이라는 점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한편 “검찰이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전에 없던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인기 의원은 “당시 청원경찰들이 후원금을 낸다고 하길래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 최근에야 알고 보니 100명 정도가 일방적으로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형 의원은 “이런 식이면 차라리 후원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정부 질문 중에 11명의 정치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분명히 과잉수사이며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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