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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맛있는 식품법 혁명' 밥상을 100년간 지배해 온 식품법 근본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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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맛있는 식품법 혁명' 밥상을 100년간 지배해 온 식품법 근본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

입력
2010.11.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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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지음

김영사 발행ㆍ316쪽ㆍ1만3,000원

2007년 가을 수원의 한 쌀가게 주인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가 판매한 쌀은 2002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일반쌀보다 섬유소 성분이 월등히 많은 ‘고아미’. 이 쌀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감소시키고 비만한 사람의 지방을 감소시킨다는 의학적 검증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가 기소된 이유는 단지 고아미를 판매할 때 ‘체중 감량, 당뇨, 변비, 고혈압 환자에 월등한 효과가 있다’고 광고해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의 저자인 변호사 송기호(47)씨는 1, 2심에서 유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마무리된 고아미 사건을, 식품을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이바지하는 독립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식품법의 현실을 보여주는 예로 거론한다. 식품과 농업 관련 및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인 송씨는 이 책에서 1911년 10월28일 조선총독부 관보에‘음식물 기타 물품 단속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후 100년 동안 이 땅의 식품 안전을 규준하고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력을 끼쳐온 식품법의 존재 의미를 묻는다.

우리의 전통 관념에 따르면 식품은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조선시대의 식이요법서 ‘식료찬요’는 “먼저 먹거리로 병을 치료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必以食療爲先)”고 쓰고 있다. 그러나 고아미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식품법은 의약품 우선주의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식품법과 식품정책이 전통적인 식품체계를 억압하고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 한정되지 않는다. “식품법과 정책의 존재의의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라는 것이 그의 현실 진단이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가령 유전자조작식품을 승인하는 위원회에는 유전자조작식품을 개발하는 대학의 연구책임자, 유전자조작 식품회사의 대표가 몇년째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축산식품의 규격, 해양수의 수질기준, 가축용 식품의 위해성 여부 등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부처의 회의록은 남아있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는다. 2006년 신생아용 분유에서 유아에게 치명적인 사카자키균이 발견돼 이에 대한 규제조항 신설 회의가 열렸을 때 한 식품위생심사위원은 “선진국에서도 만들지 않은 규제를 우리가 먼저 나서서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식품법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5년 초 발암 가능 물질과 호흡기질환 유발 물질이 학교급식에서 식기세척제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라고 한다. 이 물질이 들어간 세제로 식기를 닦을 수 있도록 한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아무리 식판을 잘 닦아도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후 5년 간 124차례의 행정정보 공개 청구 끝에 얻은 정부자료를 근거로 그는 식품법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한국의 식품법과 식품정책은 시민의 건강이 아니라 의약품과 가공식품, 유전자조작 식품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그는 소비자에 희망을 건다. “소비자들은 소농, 녹색식품생산업체, 조리사, 동물보호단체 등과 연대해 역량을 모아야 한다. 스스로 먹거리를 결정하고 연대하는 소비자가 정의로운 식품체계를 만든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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