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21∙서울시청)은 ‘내우외환’에 빠진 한국복싱계의 단비와도 같다.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종훈은 첫 국제대회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2005년 이옥성(플라이급 우승) 이후 4년 만에 메달권 진입이었다. 복싱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급)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 선발된 그는 결전을 앞두고 강원도 태백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복싱으로 다시 태어나다
신종훈은 복싱을 시작하기 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때리는 것도 서슴지 않던 말 그대로 ‘비행 청소년’이었다. 신종훈은 “그 땐 그 게 잘못된 행동인지 몰랐어요. 그 친구들과는 이젠 정말 친하게 지내요”라고 부끄러운 듯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는 “이번에 금메달 따면 부모님과 여자친구도 생각나겠지만 괴롭혔던 애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라고 미소 지었다.
신종훈은 중학교 2학년 때 복싱에 입문했다. 친구와 함께 우연히 찾아간 체육관에서였다. 신종훈은 “장난처럼 스파링을 한 번 했는데 친구에게 한 방 얻어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분이 무척 오묘했다”고 말했다. 이후 체육중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고, 펀치의 짜릿함에 빠진 신종훈은 주말에도 글러브를 벗지 않고 훈련에 열중했다.
한 때 말썽꾸러기로 자라면서 가족의 속을 무던히 썩였던 신종훈은 복싱을 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빛을 발견했다. 신종훈은 “내가 국가대표가 된 것을 본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인생 역전이라고 한다”며 “공부를 못해 나쁜 길로 접어들 뻔했던 내가 복싱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꿈이 없던 소년의 인생을 복싱이 바꾼 셈이다.
치고 빠지기는 세계 최고, 파워 보완하면 최강 확신
나동길(49) 대표팀 감독은 “신종훈의 기술과 스피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어린 나이임에도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눈이 좋고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신종훈은 상대를 약 올리듯 치고 빠지며 많은 주먹으로 점수를 얻는 전형적인 아웃복서다. 신종훈 역시 “수 싸움은 내가 생각해도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맞지 않으면서 경기를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쓸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체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파워. 신종훈은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몸무게가 50㎏를 넘지 않아 주먹의 힘이 달리는 게 흠이다. 라이트플라이급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 전 5㎏이상을 감량하고 링에 오르기 때문에 신종훈보다 펀치력이 뛰어나다. 신종훈은 “경기에서 가끔 몸이 튕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이트플라이급은 아시아가 세계 최강이다. 특히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중국의 주쉬밍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주쉬밍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2연패를 일궈낸 이 체급의‘1인자’다. 신종훈은 “주쉬밍과는 한 번도 겨뤄본 적이 없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비디오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훈은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최종 목표”라며 “아시안게임은 그 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가 나와도 자신 있게 싸우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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