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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이정배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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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이정배 교수 인터뷰

입력
2010.11.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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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종교와 ‘영적 전쟁’을 치르겠다는 전투적 교인들의 반대편엔, 타 종교인들과 손을 맞잡고 생명, 평화를 함께 외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장 이정배(55) 감리교신학대 교수도 종교간 대화와 협력에 앞장서 온 신학자다. KCRP는 4, 5일 대전 유성에서 7대 종단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하는 전국종교인교류대회를 갖는다. 이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는 기독자교수협의회도 5일 감신대에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와 함께 ‘생명ㆍ화쟁’을 주제로 불교 기독교 유교 원불교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논란 등으로 종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교수를 만나 기독교의 참된 의미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국 기독교가 제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적’을 필요로 하는 종교가 돼 버린 것 같다”며 “하지만 예수님은 그 이분법적인 구별, 그 막힌 담을 허무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_ ‘땅밟기’ 뒤에는 ‘영적 전쟁’이란 말이 도사리고 있다. 참 섬뜩한 말이다.

“땅밟기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여리고성을 돌면서 열심히 기도해 함락시켰던 데서 유래한 것인데, 자유를 얻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고마움을 기억하는 약자 이스라엘 사람들의 신앙고백이었다. 다종교 사회인 오늘, 이를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이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미국 근본주의가 이슬람을 끊임없이 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게 그대로 들어와서는 한국에는 이슬람이 없으니 다른 종교를 적으로 삼는다. 기독교가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자꾸 적을 만들려는 것은 사회로부터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 같다. 하지만 여리고성은 내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어야 하는 시기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상당한 성장을 했다. 더 이상 외적 영역을 넓히기보다 질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모습이 돼야 한다.”

_ 일부 선교단체들이 퍼뜨리는 ‘영적 전쟁’론에는 현실에 답답해하는 젊은층도 많이 호응하는 것 같다. 파시즘은 현실에서 좌절한 이들의 분노, 비합리적 열정을 외부의 적에게 투사시켰다. 그와 비슷한 측면이 엿보여 우려된다.

“일부 단체들이 젊은이들의 사고하는 힘을 키우기보다는 춤과 노래, 워십(worship) 댄스 등을 가르치면서 감성적으로 자극한다. 신학교 안에서도 이런 흐름을 보고 있다. ‘영적’이란 말은 누구도 확답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이걸 앞세워 적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기독교가 로마의 종교가 되면서 분명 제국화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로마가 기독교화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로마화한 것이다. 그 제국주의적 성향이 오늘날에도 먹혀 들어가는 것은, 절망과 좌절에 빠지고 통로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목적지향적으로 몰고 가니까 사람들이 거기서 희망을 느끼고 추동력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몰고 가 버리면 그 과정, 수단과 방법은 무시된다. 근본적으로는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다.”

_ 이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도 어긋난 게 아닌가.

“유대 민족이 거룩한 하나님을 지키기 위해 수백 가지 조항을 만들었다. 성전과 여타의 공간, 안식일과 여타의 날, 유대인과 이방인 등을 구별하면서 그 율법을 지키면 하나님이 거룩해진다는 거였다. 이를 강화하면서 많은 죄인들이 양산됐다. 예수님은 바로 유대 율법의 이 이분법적 분리 구도를 철폐했던 것이다. 안식일에 병든 사람을 고치면서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천대받는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이끄셨다. 사람들은 수없이 담을 쌓아 하나님의 영을 가두고 싶어하지만, 그 막힌 담을 허무는 것이 하나님의 영이고 예수님이다.”

_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기독교가 어떻게 타 종교와 소통할 수가 있을까.

“이미 마틴 루터는 성서가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 성서 속에 하느님 말씀이 있다고 했다. 성서 속 하나님 말씀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모색됐다. 무엇보다 성서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문제다. 언어로 보면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지향하는 뜻으로 보면 모두가 같다.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는 기도할 수 없지만, 같은 문제를 놓고 기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예수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했을 때, 뜻으로 풀면 생명이 예수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생명은 다른 종교인들도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종교간 대화뿐만 아니라 기독교 대안 운동에도 힘을 쓰고 있다. 주일마다 건물 없는 교회인 ‘겨자씨 공동체’에서 3년째 설교를 하고 있는데, 이 공동체는 대형 교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서 만든 평신도 중심의 대안 교회다. ‘교회를 절대 짓지 않는다’ ‘그 해 헌금은 그 해 다 쓴다’ 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강원 횡성에 ‘현장 아카데미’라는 시설을 만들어 예배와 교육, 영성 수련 등을 접목한 프로그램도 준비하?있다. 그는 “필요한 것은 영적 전쟁이 아니라 ‘선한 싸움’”이라며 “타 종교인을 누르려는 게 아니라, 같은 동료로서 누가 더 자기 종교 창시자의 정신에 맞는 삶을 사는가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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