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인삼은 오랜 기간 명약 중의 명약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삼의 효능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산이 범람하게 됐고 우리 인삼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경기도는 경희대학교 고려 인삼명품화 사업단(www.ginsengproject.org)과 함께 2007년부터 고려인삼 명품화 연구개발 사업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명품화 사업단은 인삼 재배ㆍ가공 기술을 집약한 한방바이오(주)를 설립, 최근 ‘한방 바이오’ 라는 브랜드로 인삼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려 인삼의 옛 명성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 표준화 및 신품종 개발
고려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높아 가장 상업성이 높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인삼마다 성분비가 들쭉날쭉하다는 점. 성분이 좋은 인삼과 그렇지 않은 인삼과의 성분 차이가 큰 것이다. 또 품종들을 육안으로 검안하다 보니 시장에서 다른 품종과 섞여도 제대로 구분할 수가 없었다. 이에 명품화 사업단은 ‘고려인삼 표준화’를 제1 과제로 세웠다.
현재 천풍 등 3개의 표준화된 품종이 개발돼 있으며 사업단은 2개 품종을 더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양덕춘(경희대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 명품화 사업단장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의 자회사인 파마톤사는 인삼 사포닌 함량을 규격화한 복합 비타민 제품을 개발해 연간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우리도 인삼 품종 구별이 가능한 ‘DNA 분자 마커 기술’을 개발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표준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능성 강화 및 제품화
사람 마다 다르지만 인삼의 체내 흡수율은 20-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명품화 사업단은 사포님 흡수량을 높여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각종 질환에 대비한 ‘맞춤형 인삼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 환자에게는 ‘OO제품’을, 당뇨환자에게는 ‘XX제품’을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마다 특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보양작용을 한다’는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효과 외에 실제로 “당뇨에 좋은 효과를 낸다” “관절염에 특효다” “니코틴 알코올 등 각종 중독 현상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는 기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 단장은 “우수한 인삼을 개발해 냈다고 해도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인삼은 기본적으로 쓴 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양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 게 실상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실제 섭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만큼 명품화 사업단은 제품의 맛을 세계화 하는 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우수 학술지를 통한 홍보 필요”
양 단장은 “인삼이 세계화 됐다고 해도 한ㆍ중ㆍ일 3국을 제외하고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인 사실”이라며 “때문에 인삼의 효능을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 세계 유명 학술 잡지에 소개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학술 논문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인삼 게놈 프로젝트’를 학술 논문 주제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삼의 DNA성분을 서열화 함으로써 고품질 인삼 개발, 신품종 인삼 배육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단장은 “이미 중국은 인삼을 포함한 100개 동ㆍ식ㆍ미생물을 선정해 게놈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인삼을 단순작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국가적인 산업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화되는 국제 경쟁
전 세계 인삼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의 인삼 수출액은 1990년을 정점으로 2002년 55억원 가량으로 감소했다. 이후 2006년 89억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회복 추세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삼수출 품목은 부가가치가 낮은 뿌리삼과 단순 가공품 위주인데다 수출 대상 역시 대부분 재외동포 교민들이나 화교에 의존하고 있어 한계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캐나다의 인삼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세계 인삼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재배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리나라 인삼 종자를 가져다 대규모 재배를 추진 중이며 프랑스는 인삼을 1994년부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세계는 인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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