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가 되면 늘 앉는다. 자세도 일정하다. 오른 무릎을 땅바닥에 붙인 채 오른손을 오른 무릎 위에 얹는다. 작전지시는 왼손으로만 한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안준호(54) 서울 삼성 감독이 초반 프로농구를 휘어잡고 있다. 삼성은 4일 현재 7승2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삼총사(이규섭 이정석 이승준)가 빠진 7경기에서도 삼성은 3연승을 포함해 5승2패다.
당초 삼성은 중상위권 정도로 분류됐다. 특별한 전력보강도 없었고, 국가대표 삼총사가 초반 10경기에나 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부산 KT, 인천 전자랜드 등과 선두를 다툴 만큼 튼실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 돌풍의 원동력으로 안 감독의 지도력을 꼽는 이들이 많다. 2004~05시즌 삼성 사령탑에 앉은 안 감독은 올해로 7시즌째를 맞았다. 지난 6시즌 동안 안 감독은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뤘다. 6시즌 모두 6강 진출은 기본이었다.
“그냥 습관인 것 같아요.” ‘낮은 자세’의 이유를 물으면 안 감독은 그냥 웃는다. “코치 때부터 그렇지 않았나 싶네요.” 안 감독은 1986년 여자실업농구 코오롱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했다.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안 감독은 비 시즌 동안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혹독한 체력훈련과 조직력 훈련으로 ‘느림보 군단’ 삼성을 스피드로 무장시켰다. 스피드 배가는 득점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삼성의 평균득점은 79.5점(5위)이었으나 올해는 86.1점(1위)으로 7점 가까이 늘었다.
또 국가대표 삼총사가 없다는 가정하에 팀플레이를 구축한 것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규섭 등은 해외전지훈련을 제외한 대부분 기간 동안 팀을 떠나 대표팀에 몸담고 있었다.
“베테랑 강혁의 노련한 경기조율, 김동욱과 차재영의 폭발력, 포인트가드 출신 헤인즈의 센스 있는 농구, 성실한 플레이의 대명사 이원수의 궂은일 담당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안 감독이 보는 삼성이 잘나가는 이유다.
안 감독은 앞으로도 ‘무릎 앉아’ 자세를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앉으면 코트도 잘 보이고 작전지시도 편해요. 당구 칠 때 정확하게 치기 위해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