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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할수록 커지는 '靑대포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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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할수록 커지는 '靑대포폰' 의혹

입력
2010.11.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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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포폰' 파문의 폭발력이 메가톤급으로 커지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이후 재판과정이나 국정감사에서 나온 'BㆍH 지시사항' 'BㆍH 하명사건' 등이 적힌 문건과 관련해 "지원관실 직원이 임의로 적은 것에 불과해, 청와대 인사의 개입을 입증할 증거로선 부족했다"고 설명하며 그럭저럭 버텨 왔으나,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대포폰 의혹에 대한 해명이 앞뒤가 안 맞는 등 자꾸만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이 공기업 임원들의 명의로 만든 대포폰 5대가 비밀통화를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건네졌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지원관실 직원 장모씨가 이 중 1대를 사용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장관은 "모두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다음날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내놓은 설명은 이 장관의 발언과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신 차장은 "공기업 임원이 아니라 KT대리점 사장의 가족 명의로 된 것이고, 대포폰이 아니라 남의 이름을 빌린 '차용폰'이다"며 "문제가 된 차용폰도 5대가 아니라 1대"라고 했다. 장관이 인정했던 '대포폰'의 존재를 수사팀 책임자가 부인하면서 '차용폰'이라고 성격을 정정한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 대포폰 부분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1일 "(대포폰 부분은) 법정에서 다 이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재판 중에 언급이 되고 있다는, 최소한 검찰이 법원에 증거자료로는 제출했다는 뜻이다. 신 차장도 2일과 3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씨 등을 기소한 직후, 대포폰 관련 기록들도 당연히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의 말은 다르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지금까지 3차례의 공판 과정에서 '대포폰'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 검찰도 피고인에게 이 부분을 신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4용지 수천 쪽에 달하는 증거자료도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1일에야 제출됐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 날은 대포폰 의혹이 폭로된 날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대포폰 얘기는 다음날 신문을 보고 처음 들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 장관의 말과 달리,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대포폰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의 분량이 워낙 많아 정확히 확인은 못했지만, '청와대가 지급한'이나 '대포폰'이라는 표현은 없고,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휴대폰을 이용해'라는 문구 정도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일 경우, 검찰이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암시할 수 있을 만한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차장도 "증거인멸 과정에서 타인의 전화를 사용한 게 중요한 점이며, 그 점을 증거자료에 적시했다"고만 말했을 뿐, '청와대'나 '대포폰'의 표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파문이 불거지자 "(대포폰 부분은) 검찰이 조사 중이고, 조사 중인 사안에 청와대가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과 신 차장은 모두 "수사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자체 조사를 한 뒤 해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어떠한 이유에선지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듯한 속내가 느껴진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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