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진행하는 C&그룹의 정ㆍ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C&그룹 전ㆍ현직 임원 중 로비의 주역을 찾는 데 주력하던 대검 중수부는 최근 정ㆍ재계에 발이 넓은 김모(60)씨를 통해 현 정권과 가까운 영남인맥을 관리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H건설 임원 출신으로 부산 K고의 재경동창회 간부이기도 했던 김씨가 C&그룹이 사세를 확장하던 2001년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돼 2008년까지 대외업무를 전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K고의 광범위한 학연을 바탕으로 임 회장과 금융권 및 정ㆍ관계 인사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의 명문인 K고 재경동문회는 각계 고위층을 망라한 화려한 인맥으로 유명하다. 현 정권 실세이자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통보를 받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2004~2005년 이 모임의 회장을 역임했다.
검찰이 그간 조사한 C&그룹 전ㆍ현직 임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다른 임원과 거의 교류하지 않고 임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임원 A씨는 김씨에 대해 "월급이 매달 나갔고 별도로 월 4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가 지급된 것으로 안다"며 "회사 고문으로 있었지만 다른 임원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고, 폭넓은 인맥을 통해 임 회장이 참석하는 행사에 정치인과 공무원, 유명 연예인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이 김씨를 영입한 배경과 관련, 검찰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 석산고를 중퇴하고 한국해양대를 나온 임 회장이 취약한 인맥을 보강하기 위해 김씨를 끌어들였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임 회장이 경영자문을 해달라고 부탁해 잠깐 일했을 뿐 요즘 거론되는 로비의혹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임 회장이 자금난을 겪던 2008년 굴비상자를 들고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가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에게 상품권과 모피선물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임 회장이 기업 인수ㆍ합병 등을 할 때 여러 차례 박 전 행장에게 자문을 했으며, 상당한 액수의 상품권과 모피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행장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임 회장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김모씨의 주관적이고 일반적인 진술에만 근거한 내용"이라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임 회장이 그룹을 키우고 자금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지원을 받으려고 정ㆍ관계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