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부나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자녀 교육문제이다 보니 당연한 정책적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정부에 들어서도 교육개혁의 구호나 범위는 어느 정권보다 크고 넓다. 입학사정관 제도, 사교육과의 전쟁, 교사 평가제도, 무상급식 논쟁, 학생 인권조례 등 중앙과 지방에서 내세운 개혁 과제는 많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체감하는 개혁 효과는 회의적이다.
교사들이 지역에 뿌리 내려야
교육 개혁의 목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질적 개선에 두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공교육을 사교육보다 더 만족스럽고 더 경쟁력을 갖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만족시킨다면 사교육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공립학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인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버린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냉각된다. 교사들은 이른바 순환근무 제도로 일정기간 근무하다 다른 학교나 지역으로 옮긴다. 따라서 학교를 진정으로 아끼고 가꾸어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주체는 없다.
학교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질과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의 질적 수준을 넘는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수업과 학교 운영의 능동적 주체로 힘껏 노력할 때만 공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교사가 학교의 수업과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 5년 내지 10년 마다 교사가 학교를 옮겨야 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교사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에 불과하다.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나 책임감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교사마저도 주기적으로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한다면 누가 학교의 전통을 보존하고 정체성과 특성화를 이끌고 갈 것인가?
물론 지금의 교사 순환전보 제도는 주기적인 인사교류를 통하여 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벽지나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학교에도 교사들을 순환배치를 함으로써 분위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가기 싫은 학교, 점수를 따기 위해 억지로 근무하는 학교,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무릇 교육은 지역사회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지역사회에 정통하고 지역에 터 잡고 생활하는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라야 지역과 연계하여 학생들의 여건과 환경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근무 여건이 비교적 좋은 경합지역의 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특성화 교육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지속적인 역사성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몇 년 전 스페인의 지역 교육청을 방문했을 때 교사들을 주기적으로 순환 전보하는 제도가 있는지 물었다. 여러 차례 설명해도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였다. 순환전보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묻는 뜻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를 평생직장으로 삼도록
공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특정한 학교의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의 주인을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그 실마리는 모든 학교마다 고유한 특성에 부합하는 교사를 선발하고, 장기간 근무를 전제로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해야 학교 단위 평가도 가능할 것이고, 교육개선을 위한 교사들의 참여의식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별 특성화나 다양화도 학교의 주인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축적되고 보존될 수 있다. 한꺼번에 다 이루기 어렵다면, 신규 교사채용부터 특정학교를 교사들이 평생직장으로 삼도록 하여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