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사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경위 등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한편 유머를 곁들여서 긴장을 조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비행기를 띄우지 않겠다”고 조크를 던져 합의를 이끌어냈던 상황을 거론하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정상들이 상업비행기가 아닌 전용기를 타고 오기 때문에 막기 힘들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G20 정상회의 개막을 8일 앞둔 이날 회견에서 정상회의 성공을 위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했다.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를 통한 성공 자신감, 한국이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는 국민적 자긍심 등을 고취시키면서 성공 이후 한국의 국격 향상에 대한 기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주재할 의장으로서 그 동안 준비했던 관련 지식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이 대통령은 1940년데 브레튼우즈체제 등을 거론하면서 “1930년 대공황 때는 국제공조의 실패로 위기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역사적 사실이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크게 역점을 기울인 대목은 개발도상국 성장을 돕기 위한 개발 의제와 G20의 지속 가능성 부분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선진국 모임인 G7과 신흥국들이 망라된 G20을 대체할 기구는 어디에도 없다”며 “위기가 끝난 후에도 공조할 일이 많기 때문에 G20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G20을 부각하기 위해 개헌 문제, 대기업 및 민간인 사찰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남북정상회담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거나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늘 이 문제는 너무 크게 다루지 말고 G20을 크게 다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의 기자회견에서 국내 문제에 관한 언급이 너무 인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 연단 좌우에는 G20 정식 회원국인 20개국과 초청 5개국, 유엔기 등 모두 26개의 국기를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집권 후 4번째 기자회견이며, 지난해 9월 서울 G20 정상회의 유치 특별 회견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60명이 참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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