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2010년 중간선거를 72년만의 집권당 대 참패로 기록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이 이번처럼 많은 의석을 한꺼번에 잃으며, 워싱턴의 권력지도가 바뀐 경우는 1938년 이후 처음이란 것이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원에서만 60석 이상의 의석을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민주당으로선 상원 6석까지 포함해 무려 70개 가까운 의석을 공화당에 넘겨주게 됐다.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공화당에 81석을 잃은 38년 중간선거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물론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지난 100년 동안 두 번 밖에 없었다. 두 번 모두는 대공황과 9ㆍ11로 위기에 처하자 유권자들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하면서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성적은 과거 선거로 큰 고비를 겪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비교해도 큰 패배라는 지적이다. 클린턴은 첫 임기 때인 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혁명'의 빌미를 주었지만 빼앗긴 의석은 54석에 그쳤다. 인기 없던 조지 W 부시 역시 2006년 선거에서 패했지만, 잃은 것은 상원 6석, 하원 31석에 불과했다.
72년 만에 참패가 반복된 것은 현직 대통령의 실정 또는 그에 따른 인기하락에서 이유가 찾아진다. 34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거 참패는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무리한 대법원 개혁에 대한 경계 때문이었다. 선거 이후 그는 뉴딜정책에서 점차 손을 떼고, 정국방향을 2차 세계대전으로 수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례를 따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처럼 중간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가 재선에 성공한 경우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연임 도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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