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이것만은 해내겠다는 의지로 스스로를 단련하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 정신입니다.”
세계 복싱사상 처음으로 4대 기구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김주희(24)가 3일 사각의 링이 아닌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 대강당 강단에 섰다. 검정색 정장차림에 조금은 쑥스러운 눈빛으로, 하지만 차분하게 가난과 부상의 시련을 견뎌내고 통합 타이틀을 거머쥔 얘기를 공무원들에게 풀어갔다. “배고파 빵을 훔칠 정도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오히려 챔피언의 길로 이끈 것 같습니다.”
이날 강의는 중앙부처 5급 사무관 승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마련된 것으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공무원들에게 열정을 북돋우기 위한 교육원의 특별 프로그램이었다.
특강에 앞서 상영된 9월 12일 경기 영상에서 김주희의 얼굴이 엉망이 되자 공무원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공무원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마침내 승리하자 아낌없는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직도 얼굴에 붓기가 남아있는 모습의 김주희는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조건을 이기고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이겨내려는 도전의식과 투지 때문”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모든 능력을 투자하면 언젠가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방기천 사무관은 “김 선수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절로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공직에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14세 때 국내 1호 여성 프로복서로 데뷔한 김 선수는 18세에 세계 최연소 여자복싱 챔피언이 됐고, 9월12일 세계복싱연맹(WBF)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이 되면서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등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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