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이 2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60석 이상을 늘려 2006년 이후 4년만에 다수당의 지위를 되찾은 데 이어 상원에서도 과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5~6석을 추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의회 권력을 쥐게 됐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최소 8석을 더 늘려 전체 50명 중 과반을 넘겼다. 이는 72년 만에 집권당이 기록한 최악의 결과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은 193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하원 80석을 내주면서 대패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화당은 아프가니스탄 조기철군에 반대하고, 건강보험 개혁, 추가 경기부양책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국내외 의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 이후 공화당과의 관계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정국 파행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을 고수할 지 공화당과의 협력의 길을 택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2년 간 강조해온 ‘변화’의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표결과에 따르면 435석 전원을 선출하는 하원에서 공화당은 과반인 218석을 넘어 240석에 육박하고 있다. 37석을 뽑는 상원에서도 민주당은 10곳에서 승리한 반면 공화당은 2배가 넘는 22곳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역구인 일리노이 상원 자리도 공화당에 내줘 충격에 빠졌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네바다에서 기사회생하고, 캘리포니아의 상원과 주지사를 수성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를 인정하며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에 축하전화를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베이너 원내대표는 승리 연설을 통해 “선거의 승리자는 미국민”이라며 “앞으로 하원을 주도하면서 재정지출 축소를 통한 ‘작은 정부’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미국의 대내외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한반도 정책은 큰 틀에서지금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화당이 무역에 우호적이어서 비준 절차에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문제에서는 공화당의 강경한 대북입장으로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더 견고해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오후 1시 민심 수습책과 향후 정국 운영 방향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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