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을 때 나보다 더 충격을 받고 격분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할 때마다 쓰라림(sickening feeling)을 느꼈고, 아직도 그렇다.”
이라크 침공과 경제 불안으로 임기 말 30%라는 최악의 지지율로 쓸쓸히 퇴진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년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다음 주 출간을 앞둔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ㆍ사진)’을 통해서다.
부시는 이라크전의 회한(悔恨)을 위와 같이 토로하면서도,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는 살인광 독재자(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가 없어져야 더 안전하다고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이 자신에게 9ㆍ11테러 용의자를 물고문 해도 되느냐고 묻자, “젠장 그래(Damm right)”라고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을 두고 참모들이 대립했던 상황도 공개했다. 당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침공하자고 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기다려야 한다고 대립했다. 2002년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쟁을 하라고 주문했고, 2003년 초 침공이 시작됐다.
자서전에는 술을 끊었던 사례 등 개인적인 사건부터 이라크전, 9ㆍ11테러 대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등 14가지 주요한 결정들이 기술됐다. 카트리나 피해에 빨리 대처하지 못한 점, 이라크전에서 병사들을 너무 빨리 줄인 점 등을 언급하며 후회를 표했다.
또 체니 전 부통령을 어둡고 무자비해 보이는 ‘행정부의 다스베이더(스타워즈 등장인물)’라고 비유하고, 2004년 대선 러닝메이트로 다른 사람을 물색했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해 계속 함께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의 자서전 공개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하원 다수당에 복귀한 시점과 묘하게 맞아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추가파병 결정을 칭찬한 것 외에 현 정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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