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정재훈 판사는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예매했다 취소한 강성덕(55)씨가 과다한 위약금을 이유로 캐세이퍼시픽 항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씨에게 567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기업에 대한 간접구매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로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간접구매자라도 기업의 위법행위와 소비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배상 청구권이 있다”며 “항공사는 강씨가 티켓을 취소해 여행사가 자신의 회사로부터 위약금을 부과 받을 경우 그 손해를 최종 소비자인 강씨에게 전가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구매자가 임의 해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위약금을 부과할 필요는 있지만, 출발 한 달 전에 표를 반환했음에도 강씨에게 위약금을 20%나 물리는 것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독점규제법 위반 행위이고 이로 인해 강씨에게 손해가 발생한 점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006년 여행사 2곳을 거쳐 항공권 69장을 예매했다가 출발 한 달 전 31장을 반환했는데 취소된 탑승권 가액의 20%에 가까운 567만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고 검찰에 고발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공사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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