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출범 초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을 놓고 미국과 불편했던 일본 민주당 정권이 이번에는 중국, 러시아와 영토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주변 강대국 외교에서 잇따라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민주당 대표 재선 이후 상승하던 내각지지율도 급락 추세다.
일본 정부는 2일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킨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러일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남단(일본명 북방영토)을 방문한 데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대통령의 북방영토 방문 관련 사정을 듣기 위해 고노 마사하루(河野雅治) 주러시아 대사를 일시 귀국시킨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가 이런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의 표시와 함께 국내 비판여론은 모면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실제로 센카쿠(尖閣) 영유권 갈등 과정에서 중국에 밀렸다는 비판이 적잖은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남단섬 방문까지 겹치자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간 정권의 외교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면 '좌표축 없는 간 외교' 기사를 통해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에마저도 만만하게 보이고 있다"는 자민당 의원의 발언을 전하며 "유라시아의 대국인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약화가 선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이 강대국 외교에서 잇따라 곤경에 처한 중요한 이유로 정권 출범 이후 미일관계의 약화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후텐마 문제로 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며 "러시아도 민주당 정권 외교정책의 혼미ㆍ혼란을 보면서 일본의 북방영토(쿠릴 남단 4개섬) 반환 요구를 견제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외교태세 확립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잇따른 영토분쟁으로 간 정권 지지율은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 등의 지난달 30, 31일 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은 36.4%로 한달 전에 비해 12.1%포인트 급락했다. 현 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71.8%에 이르렀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같은 시기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40%로 한달 여 전에 비해 무려 31%포인트나 떨어졌다.
한편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일 러일 영토분쟁 대상인 쿠릴 남단 섬을 일본이 부르는 대로 "북방영토"라고 표현하며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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