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가 한 쪽을 편드는 광고를 게재, 논란을 빚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반발하고, 현대건설과 금융권도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건우회는 2일 일부 언론에 낸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인수하면 현대건설도 동반 부실화하며, 원전 시공 기술 등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란 구체적으로 적시만 하지 않았을 뿐 현대그룹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광고는 누가 봐도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옹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단체는 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홍보에 이용, 고인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삼가라"며 대국민 광고를 진행하는 현대그룹을 대놓고 비난했다.
현대건우회 광고에 대해 후배인 현대건설 직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과거 현대건설 몰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1,000여명 현대건설 퇴직자를 대표해 이날 광고에 이름을 올린 S씨와 L씨 등은 대규모 부실로 2조6,000억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수혈되던 1999년 전후에 이 회사에서 각각 사장과 전무로 근무했다.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현대건설도 이날 "퇴직자 모임이 일방적으로 광고를 내보냈으며, 현대건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가장 반발하는 쪽은 현대그룹. 현대그룹측은 "이 광고는 현대차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헐값 매각을 부추기는 등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된다"면서 "형사고소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도 현대건설 인수전이 비방광고전로 흐르고, '제3자'가 자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불편한 반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쟁회사를 겨냥해 나오고 있는 일련의 직설적인 광고들도 통상적인 M&A 관행에선 벗어난 것"이라며 "그런 마당에 퇴직자들까지 한 쪽을 지지하는 광고를 낸다면 경제논리로 가야 할 현대건설 인수전이 편가르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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