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이상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천신일(67) 세중나모 회장이 일본에서 신병 치료를 받기로 해 당분간 귀국이 어렵다는 뜻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 8월 중순 출국한 천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54ㆍ구속기소) 대표한테서 4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사실상 귀국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 도쿄에 머무르고 있는 천 회장은 전날 대리인을 통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에 "치료날짜가 잡혔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언제쯤 귀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입국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 회장은 허리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일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천 회장에 대해 피의자 조사를 한 뒤, 최대한 빨리 사건을 종결하려던 검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이 대표를 354억원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뒤, 천 회장의 금품수수 관련 진술을 확보해 지금까지 세 차례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천 회장 측은 "(해외 체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모두 불응했고, 이에 검찰은 지난달 28일 천 회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귀국을 압박해왔다. 당초 천 회장이 지난주 말쯤,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귀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다시 귀국연기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검찰로선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절친한 사이인 천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이 선뜻 귀국을 결심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또, 현재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상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사건으로 기소되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천 회장의 귀국 결심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일단 천 회장의 치료를 기다려 본 뒤 귀국 일정을 다시 조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귀국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데다, 일본 형법에는 천 회장의 혐의인 알선수재죄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천 회장의 자진 귀국을 거듭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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