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8월말 취임 직후 담뱃값 인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현실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황식 총리가 담뱃값 인상에 사실상 제동을 건 데다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에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복지부는 최근 일본의 담뱃값 대폭 인상과 진 장관의 필요성 언급 등으로 달아오른 인상 논란에 대해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2일 밝혔다.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관할인 담배소비세(지방세)를 인상하거나 복지부 관할인 건강증진부담금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복지부가 정부 입법으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담뱃값 2,500원(에쎄 기준)은 건강증진부담금 354원,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폐기물부담금 7원, 부가가치세 227.27원, 제조원가 및 유통마진 950.23원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건강증진부담금을 1,000원 정도 대폭 올리는 방안이 거론돼 왔었다.
담뱃값 인상 논의가 그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 들어 현실화 개연성이 높았던 것은 진 장관의 인상 필요성 언급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담뱃값이 커피 한 잔보다 싸다”며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국회가 관련 법안 검토에 나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이 지난달 1일자로 담뱃값(마일드세븐 기준)을 300엔(4,200원)에서 410엔(5,700원)으로 40% 가까이 인상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인상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김 총리는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지만 서민 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며,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회에도 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비가격 정책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저소득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휠씬 높아 직접 피해가 크다”(민주당 간사 주승용 의원) 등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담뱃값이 주요 선진국보다 많이 낮아 인상 필요성이 있지만 현재 제반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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