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누구보다도 주요 20개국(G20) 핵심 논의에 깊숙이 관여해 온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그는 무엇보다 자본 유출입 규제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는 “선진국들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자본 규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비예금성 부채에 부담금을 물리는 은행부담금 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안식년 기간에 국제경제보좌관 직을 맡게 된 그는 종착역인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다시 학교(미국 프린스턴대)로 돌아갈 예정이다.
-경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 서울 정상회의의 성패는 어디에 달려있다고 봐야 될까요.
“경주 장관회의는 서울 정상회의를 위한 준비회의에요. 경주 회의 따로, 서울 회의 따로 봐서는 곤란하죠. 이미 서울 회의의 성공 발판은 마련된 겁니다. 경주에서 합의한 내용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과제만 남은 셈이에요.”
- 가장 큰 관심이 ‘서울 선언’에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수치로 담길 수 있을지 여부인데요.
“수치에 대해서는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해요.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에 합의를 했으니까, 이 원칙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물론 ‘서울 선언’에 수치가 담길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게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 경주 회의 뒤에도 일본이 시장 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요. 환율 전쟁이 종식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 G20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공식 협의체입니다. 자율적으로 합의해서 도덕적인 책임을 지자는 거죠. 어느 나라에게도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G20이라는 논의의 장이 없었다면 문제는 지금보다 몇 배 더 심했을 거라는 건 자명해요. 이런 수준의 합의도 상당히 의미있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 G20 국가들이 ‘시장 결정적(market determined) 환율제도’를 이행하기로 합의를 했는데요. 어떤 경우에도 외환시장 개입은 안 된다는 의미로 봐야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시장 결정적이라는 것은 시장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만약 시장에서 환율이 무질서하게 움직인다면 정부가 들어가서 조정하는 역할은 가능할 겁니다.”
- 온 세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주목하는데요. 양적 완화 규모에 따라서 환율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경주 합의문에 보면 ‘기축통화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어요. 노골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방만한 통화정책을 경계하는 내용이죠. 미국도 그런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양적 완화 규모가 처음에는 2조달러에 달할 거라는 예측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5,000억달러에 못 미칠 거라는 예상이 많지 않습니까. 만약 양적 완화 규모가 그 정도로 축소가 된다면, 미국이 G20의 의견을 수렴한 걸로 봐야 될 겁니다.”
- 그 동안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 은행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 오셨는데요. 자본 유출입 규제가 왜 필요한 건가요?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에 합의를 했지만, 우리 경제를 무방비 상태로 놔두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경제 위기의 위험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건데요. 사후에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대신 사전에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는 거죠.”
- 정부는 다각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방안이 바람직할까요.
“최근에 선진국 통화정책이 더욱 확장적으로 가고 있죠. 이렇게 찍어낸 돈들은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갈 공산이 큰데요. 그래서 자본 유출입 규제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아직 세부 방안은 더 협의를 해야 되고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어요.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월에 비예금성 부채에 대해서 부담금을 물려서 변동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권고를 했죠. 이 방안을 택하게 되면 국제적 명분도 얻을 겁니다. 반면, 외화 부채에 대해서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은 효과적이기는 해도 자칫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 G20 정상회의 이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아마도 미국과 중국을 다자화의 틀로 끌고 들어온 것이 이번 서울 회의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겁니다. 나중에 역사를 쓸 때 굉장히 중요한 회의로 자리매김될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서울 회의의 성공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G20이 의미 있는 체제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 일환으로 내년 프랑스 회의에 다뤄야 할 의제에 대해서 많은 제안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G20 내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사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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