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F앙상블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작곡가 최우정씨는 “포스트모더니즘도 지역마다 다르다”며 “프랑스는 과학적 색채감, 독일은 논리에 충실한 원리주의, 미국은 듣고 즐기는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TIMF앙상블이 지난달27, 28일 세종M씨어터에서 초연한 ‘프란시스카’는 그것들을 뛰어넘어, 이 땅에서 클래식음악이 어떻게 대중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해묵은 숙제의 해법 하나를 일러주었다.
최씨의 작곡, 차진엽의 안무, 하석준의 영상 디자인, 김영선의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어법의 만남은 작곡ㆍ평론가 김미림(45)씨에 의하면 “새로운 장르와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귀결됐다.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장시 ‘히브리 멜로디’에 동서고금의 음악 양식, 디지털 영상 등 시청각적 재료를 혼합한 무대는 음악과 기술의 행복한 결합을 보여주었다. 음악적 서사의 힘이었다.
음울한 신시사이저 음에서 테크노 비트까지,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음악은 육식성이었다. 웬만한 장르는 다 녹였다. 아프리카 샤머니즘을 연상케 하는 타악 연주에 중세 교회 음악풍의 신비한 합창이 얹혀졌고, 보사노바 선율은 현악4중주 선율을 불러냈다. 재즈, 캬바레 음악도 마다지 않았다. 관객으로서는 대단한 청각적 호사였다.
그러나 이것도 현대무용단 LDP소속 여자 무용수들의 변신에 비하면 점잖은 편. 그들은 그리스 여신처럼 긴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를 누비더니, 음악이 댄스 비트로 바뀌자 강렬한 동작으로 맨살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야성의 짐승처럼 격렬한 숨소리를 내며 머리채를 휘돌리는 그들은 차라리 빙의된 듯 했다. 무수한 점이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갖가지 기하학적 동영상이 반투명 막에 투영됐다. 컴퓨터 그래픽이 실제 무대와 중첩돼 독특한 시각 효과를 만들어냈다.
“클래식 작곡가의 손을 거친 카바레 음악에 다양한 ‘청중의 방’이 만들어지고 있다. 긍정적 방향을 제시했다.” 무대를 지켜본 김씨의 총평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목소리를 낮춰가며 대중 속으로 융해되고 있었다.
막이 내리자 관객들은 등을 돌리며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퇴장하지 않고 있던 악단이 갑자기 귀에 익은 선율을 연주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멈췄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이 재즈화해 들려주는 팝송‘Wayfering Stranger’라니. 이 무대는 지금 해외 페스티벌과 아트마켓 등에 나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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