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는 국내에 처음 문을 여는 외국 대학 캠퍼스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내노라하는 대학들이 한국 캠퍼스 개설을 속속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내년에 개교하는 외국 대학 국내 캠퍼스 1호가 결정됐다. 독일의 10대 대학에 드는 FAU다. 노벨상 수상자를 3명 배출한 이공계열 국립 명문대다. 내년 3월 부산에 석사과정을 갖춘 한국캠퍼스를 선보인다. 이 대학 칼 디터 그뤼스케 총장과 한국캠퍼스 초대 총장을 맡게 된 토마스 네세 박사는 “독일 본교의 실용적인 연구중심 및 산학연계 교육 프로그램이 FAU 한국캠퍼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이공계 교육을 한국에 선보이겠다는 약속이다.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_FAU의 특성화 분야가 궁금합니다.
“FAU의 정식 명칭은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Friedrich-Alexander University)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혁신적인 주로 꼽히는 바이에른 지역에서 2번째로 큰 대학이지요. 267년의 긴 역사를 가진 국립대입니다. 공대 쪽이 특화돼 있어요. 특히 의학과 공대, 자연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공 분야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게 장점입니다. 의학과 공학의 결합을 통해 기초학문 육성에 매진하고 있어요. FAU의 슬로건은 ‘네트워크를 통한 발전’이에요. 화학생명 분야는 독일에서 1위를 지키고 있고 의대 역시 다른 대학들이 부러워하고 있어요.”
_서울이 아닌 부산에 한국캠퍼스를 만든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FAU는 한국의 대학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어요. 석사과정 학생을 교환하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해왔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부산시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학교 진출을 제안했는데, ‘국제화’라는 FAU의 방향과 맞아 떨어졌어요. FAU 부산캠퍼스는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한국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 내에서 질 높은 교육을 시키고, 이런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다시 한국 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독일 학생 중에도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아요. 본교와 FAU 부산캠퍼스는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운영할 겁니다. 한국과 독일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_학생은 어떤 방식으로 뽑나요.
“내년엔 우선 석사과정을 개설합니다. 몇년 후면 박사과정도 만들겁니다.서류전형에 통과한 학생들은 전화 인터뷰 후 별도의 구술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합니다. 전화 인터뷰는 본교의 교수들과 하게 되며 구술면접은 부산 캠퍼스에 상주하는 연구 교수들이 참여하게 돼요. 6개 전공에 연50명을 뽑게되며, 내년 첫 학기엔 25명을 선발합니다. 재학생들은 영어를 기본적으로 해야 합니다.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합니다. 화학생명공학부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도 지원이 가능해요.”
_학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으로 일단 5,000유로(760만원 정도)를 책정했지만 장학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첫 학기는 신입생 전원이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성적에 따라 장학금이 차등 지급돼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통해 장학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졸업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요. 학생 전원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한 명도 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게 독일 대학들의 기본 정책입니다.”
_한국의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독일 대학의 졸업생들은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독일 엔지니어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미국 대학은 상위권 학생들만 강하지만 독일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요. 한국 학생들도 독일 이공계 대학에 많이 유학오고 있는 추세이고 FAU 본교에도 한국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 이공계 대학들은 상당히 강합니다만 기초분야가 약해요. FAU는 연구대학이라 할만큼 학부생들도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봐요. 물론 한국은 이미 크게 발전했고 KAIST 등 상위권 대학들은 기초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대학들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_필연적으로 국내 대학들과 경쟁해야 할텐데요.
“한국 대학들과 경쟁하기보다 협력을 하려는 것이 FAU 부산캠퍼스를 여는 기본 취지입니다. 국내 대학들과 공동연구도 진행할 계획이에요. 만약 경쟁관계라고만 생각했다면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의 대학들로부터도 좋은 시스템은 적극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_석사과정 하나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지 않나요.
“박사과정을 빠른 시일내에 개설할 계획입니다. 독일에서 박사과정은 교육과정이 아닌 일종의 일자리로 여깁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곧바로 연구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도 박사과정 개설 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을 받아들여 FAU 부산캠퍼스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는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에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겁니다. FAU는 국립대입니다. 영업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어요. (수익창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상당수의 미국 사학들과 다른 점이지요.”
_다른 아시아권 나라로 입학문호가 확대될 수도 있나요.
“FAU부산캠퍼스를 동아시아 거점 대학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학기부터는 중국의 명문대 출신 학생들을 적극 유치할 계획입니다. FAU 부산캠퍼스는 블록강의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본교 수업과 부산캠퍼스 수업간에 시간 격차를 두고 동일한 교수진이 동일한 수업을 독일과 한국에서 진행하게 돼요.”
사진 FAU 제공
정리=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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