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결국 불가피해졌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개인비리 차원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듯했으나, 정치권에서 현직 대통령 부인까지 남 사장의 연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도 포함해 현재 전반적으로 (대우조선해양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중순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처음으로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9월 16일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은 특별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날 '내사 종결'이 아니라 '수사 중'임을 명확히 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이 대표를 구속기소한 이후에 남 사장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이날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멕스 수표 다발을 받았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친 점도 검찰로선 부담인 동시에 수사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해 근거 없는 소문을 공개한 정치공세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검찰이 남 사장 관련 의혹을 보다 철저히 파헤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경우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장관도 "근거자료를 제공하면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건은 향후 강 의원이 어떤 움직임을 취하느냐다.
천 회장이 임천공업 이 대표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40억원 상당 금품의 성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애당초 사정기관 주변에선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자금으로 알려졌으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와 달리 "임천공업에 대한 은행 대출 청탁 등 사업 편의를 제공해 준 대가"라는 쪽으로 구도가 바뀌었다. 그러다 최근 검찰이 천 회장의 임천공업 세무조사 개입 정황을 포착해 이 부분을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연관된 금품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천 회장이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어 40억원의 성격은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천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 "왜 나만 죽이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사건의 전모는 그가 귀국 후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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