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세 살 때, 처음 노래를 제대로 부르던 날, 온 가족은 모두 박수를 치고 난리였지요. 아이는 그 후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하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그때마다 박수를 치며 칭찬해 주곤 했어요. 여섯 살이 넘은 지금도 아이는 거의 매일 저녁 내내 노래를 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박수를 쳐주어야 해요. 언제까지 박수를 쳐야 하나요?" 10여 년 전, 영국 BBC 방송 교육상담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다.
구체적이고 분별 있는 칭찬을
이제는 우리 젊은 부모들로부터도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이가 귀엽다고, 아이의 기를 살려준다고 무턱대고 칭찬을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긍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고의 폭이 넓고 깊으며, 창의적 의사결정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은 금물이다. 과도한 칭찬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칭찬에는 세심한 고려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아무 일에나 무턱대고 칭찬을 하는 것이다. "우와 혼자서 계단을 오르네, 정말 잘했어요. 우와~~" "우와, 그래그래. 2+3은 5가 맞아요. 정말 잘 풀었어요. 우와~~", 이런 식으로 매사에 열광하면 아이들은 도리어 소극적이 되기 쉽다. 어떻게 해도 칭찬을 받기 때문에 구태여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칭찬을 해줄 사람이 옆에 없으면 아무런 일도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주도적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열렬히 환호해주는 구경꾼이 있어야 하는 의존적인 인간이 되고 만다. 게다가 칭찬을 남용하면 아이는 칭찬에 무감각해진다. 정말로 격려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부모의 칭찬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둘째, 우리는 곧잘 "너는 참 착하구나" "네가 자랑스럽다" 하면서 아이의 인간 됨됨이 전체를 칭찬한다. 그러나 미 스탠퍼드 대학의 캐롤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아들 똑똑하기도 하지"라는 식으로 총체적인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실패에 부딪쳤을 때 무기력한 행동을 보였다. 이들은 지속성과 끈기가 적고 열등감도 강했다. "부모님은 내가 똑똑하다고 칭찬하면서 좋아하셨으니, 이렇게 실수하는 똑똑하지 못한 나는 싫어하시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억지로 덮으려고 하거나 실패할 만한 일은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열심히 생각해서 좋은 방법을 찾았구나"라고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하여 구체적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실패의 두려움을 느낄 때에는 칭찬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수능을 앞둔 자녀가 "어머니, 너무 떨려요. 자꾸 자신이 없어져요" 라고 말할 때 "우리 딸은 능력이 있으니까 잘 할거야. 엄마는 너를 믿어" 라고 밀어붙이기 식 칭찬을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더욱 좌절시킨다. 그보다는 "그래, 많이 힘들지.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지" 라고 진정으로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공감을 받는다고 느낄 때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저절로 솟구치기 때문이다.
칭찬의 전략에 관심 갖도록
긍정과 칭찬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을 되도록이면 칭찬하며 키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체벌이 좋으냐 아니냐 등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면서도, 칭찬의 전략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다. 칭찬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오해하여 남발하게 되면 도리어 아이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주되, 칭찬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마음의 공감을 담아 분별 있게 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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