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또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5월에 사무총장, 8월에 인권위 설립요원인 인권정책과장이 사퇴하더니 이번에는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동시에 전격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권위의 대표적 기능인 상임위 차원의 의견 표명이나 권고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이번에도 사퇴 이유는 같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 운영에 대한 반발이다. 인권위가 지나치게 위원장의 독단에 의해 운영되고, 정권에 부담을 주는 의결이나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관한 검찰 수사, 박원순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권 등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부결시킨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인권위는 최근 위원장의 권한은 크게, 상임위의 권한은 축소하는 운영규칙개정안을 전원위에 상정했다. 상임위원 3명이 합의한 사항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고, 상임위 의결로 가능했던 긴급 인권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치도록 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인권 보호활동을 자발적으로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권위 기구 개편(축소)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각하 결정했다. 인권위가 헌법에 따른 조직이 아니므로 헌재는 그렇게 판단했겠지만, 인권위 인사들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그렇더라도 인권위는 분명 다른 어떤 헌법기관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 국가기관이다. 권력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때론 권력에 과감히 맞서 적극적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인권위가 계속 내홍과 파행을 겪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인권위를 믿지 못해 인권 전담 시민기구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인권위가 하루 빨리 제 자리를 찾아 본연의 직무를 다할 수 있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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