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11~12일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 전에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한다. 2007년 4월 타결 후에도 양국 의회의 부정적 기류로 3년 이상 표류해온 FTA 비준이 동력을 얻었다니 반갑다. 하지만 쇠고기ㆍ자동차 등 민감한 쟁점과 연결된 현안을 G20 회의에 걸어 서둘러 해결하려는 태도는 극히 위험하다. 협상의 상도와 이익의 균형을 잘 따져 최적점을 찾아야 할 문제를 시한에 쫓겨 허투루 처리할 경우 어떤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는지 쇠고기 촛불시위에서 잘 봤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엊그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서울 G20 회의 이전에 정부간 FTA협의를 매듭짓자'는 오마바 대통령의 뜻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6월의 토론토 G20 정상회의 때 오마바 대통령이 "11월 서울 G20 회의 전까지 한국과 실무협의를 거친 뒤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더 나아가 끝장협상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이 응한 셈이다.
이 대통령도 한미 FTA의 조속한 매듭과 발효를 수시로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제안과 동의의 순서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이미 여름부터 양국 실무진이 물밑접촉을 벌여온 데다, 지난 주엔 샌프란시스코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실무협의'란 이름으로 공식 접촉했을 만큼 FTA는 양국에게 급박한 관심사다.
그 동안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공식 비공식 접촉의 내용을 숨겨왔다. 미국측이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수입쇠고기 연령제한 철폐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 이에 대한 우리의 양보선이 잘못 알려질 경우 전체 판이 깨진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이제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G20 회의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동의한 이상 협상 내용과 대안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협상인 이상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결코 G20 흥행의 수단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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