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영진 선임절차와 과정이 선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해 나갔습니다.”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직무대행(회장)이 1일 취임식에서 차기 경영진 선임에 관해 임직원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사실 류 회장이 이끄는 신한의 비상지도부(이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차기CEO 선임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지난 두 달간의 경영진 내분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신한 조직을 추스르고 실추한 시장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도 급선무이지만, 누가 봐도 믿음이 가는 CEO를 뽑아 경영권을 넘겨 주는 것이야말로 ‘원 포인트 릴리프’로 긴급 투입된 류 회장의 제1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이사회의 모습 때문이다. 회장과 은행장이 사장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회장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중징계를 목전에 뒀는데도, 이사회는 경영진에 그저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아마도 신한 이사들은 알 것이다. 이번 사태수습을 위해 주도적으로 한 게 뭐가 있는지, 과연 최고의사결정기구란 말에 걸맞게 행동했는지 말이다.
류 회장과 신한 이사회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 주총 전까지 이제 4개월여. 아마도 엄청난 외풍과 압력이 몰려 올 것이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신한의 경영진 자리를 놓고, 내부에선 전ㆍ현직인사들이, 외부에선 관료그룹과 권력을 등에 업은 인사들이 달려 올 것이다. 과연 류 회장과 지도부가 이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는지.
자율에 허점이 보이는 순간 관치는 그 틈을 메우려고 한다. 신한이 스스로 문제해결에 실패한다면, 반드시 외부의 힘이 개입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신한의 불행이자, 한국 금융자율화의 실패이다. 존경받는 금융원로인 류 회장이 ‘신한호 임시선장’으로서 40년 금융커리어의 대미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하다.
경제부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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