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기쁨 속에는 '그'가 떠나는데 대한 슬픔이 섞여 있다."
제40대 브라질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62)가 당선 연설에서 목메어 감사를 전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65) 현 대통령이다.
8년간 재임하면서 브라질을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아 21세기 최고의 지도자 반열에 오른 룰라의 퇴임 후 행보에 전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브라질 뉴스매거진 <베자> 는 그가 2011년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미국의 로버트 졸릭이 맡고 있는 세계은행(WB) 수장직 도전설도 나왔다. 룰라는 그러나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기아ㆍ빈곤 퇴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며 "국제기구 수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룰라는 미국의 일방 외교에 맞서 왔기 때문에 그의 국제기구 입성은 미국 등의 비토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베자>
2014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은 연속 3선은 안되지만 간격을 두면 다시 출마가 가능하다. 다만 룰라는 현재로선 "지우마의 재선을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대신 룰라는 지우마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며, 브라질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우마는 "나는 룰라 집의 문을 자주 노크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현재도 80%에 이르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룰라는 구두닦이, 금속공장 근로자, 노조 지도자를 거쳐 대통령이 되면서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지난해 시장경제 대변자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정치인상'수상자로 뽑혔음에도, 같은 기간 세계 진보계가 다보스포럼에 맞서 브라질에서 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 뿌리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