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이번에는 러시아 대통령의 남쿠릴 제도(일본명 북방영토) 방문으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종전 직후 구소련이 점령해 실효지배하고 있는 이 섬들은 러일간 영토분쟁지역이다. 양국 외교관계는 당연히 급랭 조짐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남쿠릴 4개섬 중 두 번째로 큰 쿠나시르를 방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실효지배 이후 러시아 최고지도자의 방문은 처음이다. 남쿠릴 4개섬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 지배를 강조하고 일본의 반환 요구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전 사할린주 주도 유지노사할린스크를 거쳐 소형 비행기를 타고 쿠나시르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 지열발전소와 수산물가공 공장을 둘러보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메드베테프 대통령은 민감해 하는 일본을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이번 방문이 “러일 외교관계와 무관하다”며 다른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은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북방 4개섬은 우리 영토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장관 역시 “일본의 원칙적 관점과 전혀 양립하지 않으며 (일본)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으로 유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한편 주일 러시아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러시아는 1956년 일본과 국교정상화 당시 하보마이, 시코탄 등 2개 섬을 돌려주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일본에서 4개 섬을 모두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반환 작업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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